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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처럼 태극마크 단 이호재-이태석 "동아시안컵 합작골 도전"

중앙일보

2025.07.01 00:14 2025.07.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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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이호재(오른쪽)와 이태석. 둘은 국가대표 2세다. 김종호
"부자 국가대표에서 멈추면 안 되죠. 그라운드에서 아버지를 뛰어넘은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첫 국제대회에 나서는 '국가대표 2세' 이호재(25)와 이태석(23·이상 포항)의 각오다. 이호재의 아버지는 현역 시절 강력한 슈팅으로 이름을 날린 '캐넌 슈터' 이기형(51) 옌볜(중국) 감독이고 이태석의 부친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을용(50) 경남 감독이다. 홍명보(56)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에 나란히 이름 올린 두 선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한 축구장에서 만났다.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호재(오른쪽)와 이태석은 동아시안컵에서 합작골에 도전한다. 김종호 기자
홍명보팀은 오는 중국(7일), 홍콩(11일), 일본(15일·이상 용인)과 차례로 맞붙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어서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다. K리그와 일본 J리그 선수에서 뛰는 신예 위주로 팀을 꾸린 홍 감독은 이번 대회를 1년 남은 북중미월드컵에 나설 국내파 옥석 가리기 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이호재는 성인 대표팀 발탁이 처음이다. 이로써 이기형-이호재 부자는 김찬기(1932∼2011)-김석원(64), 차범근(72)-차두리(45), 이을용-이태석에 이어 한국 축구 역사상 네 번째로 '부자 국가대표'로 기록됐다. 이호재는 "다섯 살 꼬마 때 처음 축구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아버지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다.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호재는 "아버지는 평소 제 플레이를 두고 칭찬보다 지적이 많으신데, 이번 만큼은 '긴장하지 말고 대표팀에서 잘하길 응원하겠다'며 따뜻하게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이호재(왼쪽)와 아버지 이기형 감독. 사진 이호재
측면 수비수(A매치 47경기)로 활약한 아버지와 달리, 이호재는 공격수다. 2021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9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골잡이로 주목 받았다. 올 시즌엔 불과 21라운드(총 38라운드) 만에 8골(득점 5위)을 넣었다. 국내 선수만 따지면 전진우(26·전북·12골), 주민규(35·대전·10골)에 이어 득점 랭킹이 세 번째다.

1m92㎝의 탄탄한 체격에 제공권과 슈팅 능력이 뛰어난 이호재를 두고 팬들은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에서 뛰는 스타 공격수 엘링 홀란(25·1m94㎝)에 빗대 'K-홀란'으로 부른다. 이호재는 "좋은 유전자를 받은 덕분에 슈팅이 가장 자신 있다. 전성기 시절 아버지와 견줘도 슈팅 파워와 정확도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가 된 것에 만족하지 않겠다. 경기에 나선다면 반드시 골을 터뜨려 실력을 입증할 것이다. 다음에 또 발탁돼야 이번에 보지 못한 (손)흥민이 형을 만날 수 있다"며 웃었다.

 이태석(오른쪽)과 이을용 감독. 중앙포토
왼쪽 측면 수비수 이태석은 대표팀이 익숙하다. 지난해 11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전(원정, 한국 3-1승)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A매치에 데뷔한 그는 이후 꾸준히 홍 감독의 부름을 받고 A매치도 5경기 뛰었다. 2021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태석은 지난해 8월에 포항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떠올랐다. '왼발의 달인'으로 불린 아버지처럼 왼발킥이 일품이다.

그런 이태석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석은 대표팀 발탁 후 A매치 51경기에 출전에 두 차례(2002·06년) 월드컵을 경험한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태석은 "아버지께서 '잘하고 있으니, 지금처럼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뛰면 된다'고 하셨다. 소속팀 경기 피드백은 쓴소리가 많으신 편인데, 대표팀 얘기하실 땐 아들이 긴장할까봐 칭찬 해주신다. 말씀대로 긴장하지 않고 아버지처럼 주 무기인 왼발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태석(왼쪽)과 이호재의 목표는 동반 월드컵 출전이다. 김종호 기자
이태석은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호재 형과 뛰면 소속팀에서 뛰는 것처럼 편안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호재 역시 "(이)태석이는 내 특급 도우미다. 올 시즌 8골 중 2골이 태석이 어시스트였다. 이번 동아시아컵 한일전에서 태석의 왼발 크로스를 내가 멋진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드는 상상을 한다"고 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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