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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빚 갚은 사람은 뭐냐" vs "빚 때문에 죽음 몰려선 안돼"

중앙일보

2025.07.01 00:15 2025.07.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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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없애주면 앞으로 누가 ‘투잡’까지 뛰면서 빚을 갚겠나. 이게 선례가 되면 장기 연체할 수록 이익이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회수 가능성도 없는데, 채무 탕감을 받은 이들이 경제 활동 다시 하면 얻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여야는 이재명 정부의 ‘빚 탕감’ 추경을 두고 거세게 충돌했다. 도덕적 해이와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 182억원 규모의 외국인 빚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부채를 탕감, 약 113만명의 빚 16조4000억원을 완전히 소각하거나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하고자 4000억원의 예산을 추경에 반영했다.

1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정무위 예결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금융위원회를 향해 빚 탕감 정책의 역효과와 세금 낭비를 지적했다. 유영하 의원은 “악착같이 빚을 갚은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하겠나”이라며 “ 국민이 낸 세금으로 생색낸다”고 따졌다. 김상훈 의원도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채무자와 상의해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괄 탕감하는 채무 삭감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설정한 채권 소각 기준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이번 부채 탕감은 채무자의 신청이 없이 채무조정 기구가 일괄적으로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채무 내용도 불분명한데, 극단적으로 도박 빚이나 유흥비 같은 채무는 지원해줄 수 없다”며 “기준이 납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금융위 관계자는 “100% 동의한다며”면서도 “개략적인 채무 규모만 파악했는데, 채무자의 특성은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예결위 회의 정회 중 페이스북에 “지원 대상자 가운데 약 2000명이 외국인이고 채무 총합은 182억원”이라며 “어느 국적인지도 확인을 못 해준다는데, 국적 불명의 외국인 도박 빚을 갚는 게 이재명식 민생이나”라고 따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추경안 검토 보고서에서 “완전 소각과 채무조정 대상 선정을 위한 세부 요건을 수립해야 한다”며 “재산 도피와 은닉 목적 등 매입 대상에서 제외할 채권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썼다.

반면 여당은 부채 탕감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빚을 안 갚는다는 측면이 아니라 빚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구제할지. 그런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김남근 의원은 “전 세계에서 채권 채무 조정을 가장 활발히 하는 곳은 미국”이라며 “7년 이상 지나면 채권 회수도 쉽지 않고, 비용만 더 든다.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무위 예결소위에 앞서 열린 전체회의서 “가능하면 도박 관련 빚도 심사 대상인데, 해당 정보를 가려내기 어렵겠지만 이 부분들(소각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겠다”며 “정말 상환이 어려운 분을 대상으로만 채무를 소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부채 탕감 예산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2일 예결소위 회의를 한 차례 더 개최하기로 했다.



이창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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