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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중앙일보

2025.07.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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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동점 만드는 솔로포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말 2사 두산 양의지가 솔로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6.4   nowwe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올 시즌 도중 사령탑이 바뀌었다. 2023년 부임했던 이승엽(49) 감독이 지난달 물러나고, 조성환(49) 감독대행이 임시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교체의 사유는 역시 성적.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던 두산은 올 시즌에는 개막 초반부터 9위로 처졌다.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이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선수단 주장이자 주전 포수인 양의지(38)다.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양의지는 FA 계약기간을 마친 뒤 다시 두산으로 돌아왔다. 이승엽 감독과 함께였다. 특히 FA 계약 공식발표를 앞두고 양의지와 이승엽 감독, 박정원(63) 구단주가 식사를 하면서 찍은 기념사진은 야구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산은 그러나 이 감독의 사퇴로 다시 쇄신의 기로를 맞았다. 최근 만난 양의지는 “이승엽 감독님께 문자를 드렸다. 죄송하다는 말씀 말고는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더라.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하지 못해서 물러나신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감독님께선 ‘주장으로서 끝까지 선수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답장을 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지금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포기한 단계는 아니다. 올 시즌도 중요하고, 또 내년 시즌도 중요한 만큼 마지막까지 힘을 내야 한다. 최근 1군으로 올라온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가을야구 단골손님’ 두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10년 풀타임 포수로 발돋움한 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18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2019년부터 4년간은 NC 유니폼을 입었지만, 2023년 친정으로 돌아와 두산팬들에게 다시 2년 연속 가을야구를 선물했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과 양의지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외국인투수들이 부진하고, 주전 야수들이 자기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순위 싸움에서 밀렸다. 양의지는 “솔직히 나도 당황스럽다. 초반부터 이렇게 성적이 나지 않은 적은 처음이다. 고참으로서, 주장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1987년생 양의지는 이제 풀타임 포수가 아니다. 잔부상도 많고, 경기 도중 파울 타구에라도 맞으면 적지 않은 시간을 쉬어줘야 한다. 마침 두산은 조성환 감독대행이 임시 지휘봉을 잡은 뒤 새 얼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내야수 박준순(19)과 외야수 김동준(23), 포수 류현준(20)의 출전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2022년 11월 양의지(왼쪽)의 FA 계약을 앞두고 함께 식사를 했던 박정원 두산 구단주(가운데)와 이승엽 감독. 사진 박정원 인스타그램
양의지는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많다. 언젠가는 올라올 후배들이었는데 시기가 조금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어린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벤치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로선 당연히 포수 후배들에게 눈길이 간다. 최근에는 (류)현준이가 백업으로 뛰고 있는데 공격과 수비 모두 잠재력이 있어서 곁에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6월까지 두산은 31승 3무 45패로 9위를 기록했다. 양의지의 기록은 76경기 타율 0.292 12홈런 48타점 33득점.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이 아니다. 양의지는 “그동안 반성을 많이 했다. 두산이 강해지려면 나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면서 “아직 올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또, 우리에겐 내년, 내후년 시즌이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아직 포기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팬들께서 매일 관중석을 가득 채워주시는 만큼 우리도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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