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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선회한 국힘, 그 뒤엔 ‘소수 야당, 열세 지지율’

중앙일보

2025.07.0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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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와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리도 전향적 자세로 전환하는데 다수당도 일방적으로 하지 말고 기업에 큰 부담이 가지 않게 논의해야 한다.”

1일 밝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입장은 거대 여당을 향한 호소에 가까웠다. ‘전향적 검토’로의 전환에는 107석 소수 야당의 물리적 한계, 그리고 지지율 열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송 원내대표는 “상법개정안은 전향적 검토를 하겠지만, 기업의 우려를 완화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만나서 얘기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일부 기업의 유상증자 과정서 발생하는 주주권 침해 등 시장 상황 변화를 고려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원래 “상법개정안은 자유시장 경제 질서 근간을 어지럽히는 악질 법안”(2월 26일 권영세 당시 비대위원장)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면 주주 소송이 늘어나는 등 기업의 타격이 크다는 게 국민의힘 측의 반대 논리였다. 4월 1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부권이라는 최후 카드가 있었지만, 지금은 좋든 싫든 여당과 협상을 통해 차악(次惡)의 결과라도 내야 하는 포지션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이 민주당에 20%포인트(한국갤럽 6월 4주차 여론조사 기준 민주당 43%, 국민의힘 23%) 뒤지는 등 대선 패배 뒤 야당이 확연한 열세로 돌아선 것도 입장 선회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으려면 여론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에 상법개정안에 무턱대고 반대하는 건 실익이 없다는 내부 여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이 상법개정안 강행처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면충돌보단 일단 협상 테이블에 올려 시간을 벌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안에서 급진적인 부분을 걷어내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금 시간이 걸려도 여야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한 야당의 고민 지점도 이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측은 “미래세대에 빚 떠넘기기”(김위상 의원)라고 반대하지만, 내부에선 “여론이 불리하니, 예산 공방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초선 의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지난달 23~25일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추경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1%, 불필요 28%로 추경 찬성 여론이 더블스코어를 웃돌았다.

한편 추경 심사를 위해 이틀째 진행 중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야는 공방이 이어졌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추경으로 나라빚만 늘어난다고 하는데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260%, 미국이 120%로 우리 국가채무비율(올해 본예산 기준 48.1%)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가장이 일해서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빚잔치를 벌이겠다면 책임은 누가 지나”라고 따졌다.



손국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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