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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광운·한양대도…대학가로 번진 '노쇼 사기' 주의보

중앙일보

2025.07.01 00:23 2025.07.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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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쇼 사기(대리 구매 사기)’가 대학가까지 번져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학을 사칭해 각종 물품 구매를 요청하고선 잠적하는 전형적인 노쇼 사기 수법의 범행이다.

1일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광운대학교 측은 피아노를 주문 제작하는 한 업체로부터 피아노 구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광운대 측은 이같은 구매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알고 보니 누군가 광운대 재무팀 직원을 사칭하고 구매확약서와 직원 명함을 위조해 피아노 발주를 넣은 것이었다. 피아노 업체는 광운대 직원을 사칭한 이에게 속아서 피아노에 연결할 케이블을 대리 구매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케이블업체 계좌로 2000만원을 입금한 상태였다. 노원서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노쇼 사기’로 보고 범인을 추적 중이다.

경희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 걸린 사칭 피해 주의를 요청하는 안내문구. 두 학교는 최근 교직원을 사칭하는 '노쇼 사기'를 겪었다.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에는 고려대학교를 사칭한 노쇼 사기도 발생했다. 고려대 예산팀 직원이라고 주장한 이 인물은 수백만원 상당의 와인을 구매한다며 고려대 명의의 공문까지 보내왔다. 이를 수상히 여긴 와인업체가 고려대에 확인 전화를 해 사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고려대에서는 또 교직원을 사칭해 정육점에서 고기를 외상으로 구매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성북경찰서는 해당 사건들을 접수받고 현재 범인을 찾고 있다. 이 외에도 한양대학교를 사칭해 학교 행사 의뢰를 부탁한 뒤 특정 물품을 선구매해달라고 요청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희대학교도 여러 업체들로부터 주문 발주 사실을 확인받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홈페이지에 “교직원 사칭에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안내 공문을 띄우고 대응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한양대 측은 “다행히 실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혹시 모를 혼선을 예방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사칭 피해를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띄웠다”고 밝혔다. 경희대 측도 “실제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으나 국민신문고에 관련 피해를 취합해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쇼 사기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손님인척 A업체에 전화해서 “대량으로 A를 구입할테니 이와 함께 B물품도 선구매해서 준비해주면 대금을 함께 지급하겠다”고 말한 뒤 “B물품을 이곳에서 구매해달라”며 가짜 업체 명함을 보낸다. 피해자인 A업체는 B물품 제공 업체인 척하는 일당의 계좌로 돈을 보내고, 손님은 이후로 잠적한다. 이같은 사기는 결과적으로 노쇼 피해로도 이어져 ‘노쇼 사기’로 불린다. 영세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피해자들은 불경기에 대량 주문을 요청하는 손님의 주문 사항을 거부하기가 어려운데다, 사기를 치는 일당이 먼저 위조 공문이나 위조 명함 등을 보내와서 사기라고 알아채기 힘든 점이 있다고 호소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군인, 공무원, 교사 등을 사칭해 단체 주문을 한다거나 행사 준비를 한다면서 대리 구매를 요청하고 돈 입금하게 하는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며 “개인 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경우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혜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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