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탄핵소추된 조지호 경찰청장 측이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당일 국회 월담자를 방치해 사실상 계엄 해제 의결에 조력했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의 대리인은 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해, 당시 국회에 배치된 경찰 병력에 대해 "국회를 전면 통제하려면 70개 중대가 필요하지만, 당시 투입된 병력은 6개 중대 수준으로, 이는 우발 상황에 대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고령 발령 후 국회 출입 통제에 대해선 "형식적으로는 정문을 통제했지만 월담자는 사실상 방치해 실제로는 계엄 해제 의결에 조력했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회 측은 이날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된 주장 요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으며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조 청장의 형사재판 결과를 보고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정정미 재판관이 '국회 봉쇄 등 사실을 형법상 내란죄로 유지할지, 헌법 위반으로 포섭해 주장할지'를 묻자, 국회 측 대리인은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며 입장을 밝혔다.
국회 측 대리인은 또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형사재판이 아직 시작되지 않아 내란죄 성립 여부를 쟁점으로 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조 청장의 경우 내란죄 성립 여부가 크게 다퉈지고 있고 핵심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실체적 판단을 받은 뒤 재판관들께서 절차적으로 반영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청장 측은 "증인 규모와 병합 여부 등을 고려할 때 형사재판 결론은 빠르면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국회 측은 다음 기일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 측 대리인은 "피청구인 입장에서는 잘못된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경찰청장도 새로 임명될 텐데 탄핵심판이 그 과정의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 재판관은 조 청장 탄핵소추 사유를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및 의원 출입 통제로 인한 계엄해제 요구권·대의민주주의 침해 및 내란 ▲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연수원 출입 통제로 인한 직권남용 ▲11·9 전국노동자대회 집회 진압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2일 오후 3시 다음 변론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 경찰청장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