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업계 1위인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재도입 하기로 결정하면서 종이 빨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종이 빨대 무용론이 나오는가하면, 보다 내구성 있는 친환경 빨대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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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이 소환한 플라스틱
1일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2017곳 매장 중 10% 가량인 200여개 매장에서 지난 25일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도입했다. 지난 2018년 전국 매장에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한 지 7년 만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환자나 영유아 등의 불편을 반영해 병원이나 주택 인근 매장 200여곳에 일단 시범 도입해 종이 빨대와 병행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향후 소비자 반응을 보고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에 재도입한 빨대는 사탕수수 기반 소재로 만들어져 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수거해 재활용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게 스타벅스 설명이다. 플라스틱 빨대 컴백 소식에 소비자들은 “종이 맛 커피 시대의 종식을 환영한다” “친환경 흐름에 역행한다” 등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로는 ‘종이 빨대는 금방 흐물흐물해져서 별로’라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종이 빨대는 2021년 환경부가 식당·카페 등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하면서 업계 전반에 도입됐다. 다만 자영업자 부담과 소비자 불편 등을 고려해 정부가 계도기간을 뒀다.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 가운데 투썸플레이스는 가맹점 일부에서만 종이·플라스틱 빨대를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나 SPC의 파스쿠찌 등은 종이 빨대만, 커피빈코리아는 극히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만 쓴다. 저가커피 대표 브랜드인 메가MGC커피의 경우 본사는 종이 빨대 사용을 권장하지만 가맹점주 선택에 맡긴다.
식음료 업계 중에는 카프리썬을 생산하는 농심이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가 지난해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했다. 품질 개선 노력에도 종이 빨대가 비닐 포장재를 잘 뚫지 못하고 음료 맛을 해친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판매량에까지 영향을 주자 내놓은 조치다. 스타벅스 컵 커피를 생산하는 동서식품은 현재 8종류 중 2종류에만 종이 빨대를 쓰고 있다.
업계는 각자 사정에 따라 종이빨대 계속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불편해도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데 따른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일단 종전대로 종이 빨대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계도 기간이고 정부 방침이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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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년 가까이 “검토 중”
환경부는 지난 2023년 11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시행을 2주여 앞두고 돌연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한 뒤 이렇다 할 후속 조치를 내지 않고 있다. 임상준 전 환경부 차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계도 종료 시점은 국제 동향과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2년 가까이 하세월인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여전히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없다”라고 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직원을 대거 뽑은 생산 업체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국 종이 빨대 업체들로 구성된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의 최광현 공동대표는 “20여개 제조 업체가 있었는데 5, 6곳만 현재 명맥을 겨우 유지하는 중”이라며 “언제까지 유예할 건지 정부에 물어도 답이 없다. 친환경 정책을 이끌어야 할 주무부처의 무책임한 정책에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