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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가 앞장선 광주FC 후원금 1억 돌파 "피 팔아 지킨 U베를린처럼"

중앙일보

2025.07.01 04:57 2025.07.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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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광주FC 열혈 서포터인 가수 노라조 조빈. 김성태 객원기자.

프로축구 광주FC는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며 ‘K리그 히트상품’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구단이 연 수입을 초과해서 지출할 수 없게 한 ‘재정 건전화’ 규정을 어기면서 ‘1년간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재무 개선 이행을 전제 조건으로 2027년까지 집행이 유예됐다. 구단은 지난해 23억원, 올해 18억원 등 최근 2년간 41억원 손실을 기록했고, 그 결과 자본잠식 등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구단의 이런 어려움을 알게 된 그룹 ‘노라조’의 조빈(본명 조현준·50)이 광주 팬들과 함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구단 홍보대사이자 열혈 팬인 그는 지난달 16일 “광주FC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라며 후원 계좌를 개설했다. 조빈이 2000만원 이상을 쾌척했고, 소식이 전해진 뒤 정성이 쏟아져 2주 만인 지난달 29일 후원금 1억원을 돌파했다. 400명 넘는 후원자 중에는 아빠 구두를 닦고 받은 용돈을 보낸 꼬마 팬도 있다고 한다. 이정효 광주 감독도 1000만원을 냈다. 오는 10일까지 모은 후원금은 올여름 광주의 선수 영입에 보탤 예정이다.

가수 조빈을 주도로 모금한 광주FC 후원금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 [사진 조빈 SNS]

한국프로축연맹에 따르면, 규정상 모은 후원금을 광주 구단에 곧바로 전달할 수 없다. 연맹 관계자는 “주식회사 형태인 광주 구단은 지정기부금단체가 아니어서 기부금을 직접 받을 수 없다. 목적사업에 맞는 법인을 통해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빈이 앞장서 현재 사단법인(‘광주를 위한 사람들’)을 만들고 있고 이르면 9월에 설립 될 예정이다.

광주는 선수 비용 상한액도 고정 통제 받는 ‘하드캡’을 적용 받고 있다. 다만 선수 인건비 상한액(80억원 추정)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선수 영입은 가능하다. 광주 구단은 최근 브루노와 황재환을 각각 강원FC와 충남 아산으로 보냈고, 아사니(추정 이적료 15억원) 등 기존 선수를 정리 중이다. 여름이적시장(이달 24일까지)에 하반기 예산을 당겨 비교적 몸값이 낮은 선수를 영입한 뒤, 향후 재단법인이 설립되면 후원금으로 메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프로축구 광주FC 선수단이 팬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광주는 2023년 연대기여금(이적료 일부를 선수 유소년팀에 분배하는 제도)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미납해 무자격 선수 논란에도 휩싸였지만, 최근 FIFA가 고의성이 없는 행정실수라고 판단해 몰수패 위기는 벗어났다.

광주 팬들의 모금은 ‘피로 세워진 클럽’ 독일프로축구 우니온 베를린을 떠오르게 한다. 2005년 재정난으로 ‘클럽 라이센스’ 유지가 위태로워지자, 우니온 베를린 팬들이 헌혈까지 하며 24억원을 모았고, 2000명 넘게 홈경기장 재건축에도 참여했다. 결국 2019년 1부리그까지 승격했다.

조빈은 “노래 잘하는 가수(광주 선수들)가 소속사(구단) 재정이 좋지 않자, 팬들이 앨범제작비를 모금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나도 광주 경기장을 짓는다면 공사판에 뛰어들고, 기꺼이 헌혈도 할 것”이라고 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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