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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AI 시대의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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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08:10 2025.07.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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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극작가·연출가
알고 행한 잘못보다 모르고 행한 잘못이 더 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를 수 있어서다.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그동안의 한국의 저작권 관련 상황도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독자적 저작권법은 1957년에 처음 제정하지만, 1986년의 전면적 개정 이후에 비로소 사회적 인식이 싹텄다. 그러나 여전히 생존이 우선이었다. ‘짝퉁공화국’이 그 당시 한국 경제의 한 단면이었고, 남대문 시장과 이태원 일대는 카피 상품의 천국이었다. 지적 재산권도 마찬가지여서 외국 원서나 비디오를 통째로 복사하곤 했다.

일러스트=김지윤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계 역시 저작권에 무지했다. 작가 동의 없는 공연이나 수정 작업, 2차 저작물의 무단인용이나 표절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함께 작업하는 동료나 다른 예술가들이 가하는 저작권 침해를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감내해야 했다. 그러니 ‘킬 미 나우’나 ‘알로하, 나의 엄마들’처럼 최근 공연계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은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온라인에는 아직도 불법 다운로드가 가능한 희곡이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공공기관에서 수집했던 희곡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그 대본을 일반인들에게 무료나 실비로 다운로드 받게 했던 과거의 일이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저작권법을 개정했던 2006년 이전에 발생했던 일이다. 아무런 악의 없이, 공익이라는 선의까지 갖춘 무지가 만들어낸 저작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은 인공지능(AI)의 훈련을 위해 책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 하더라도 불법으로 다운 받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디지털 시대를 거쳐 AI 시대로 가는 우리에게도 곧 닥칠 미래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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