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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노무현의 꿈과 해수부 이전

중앙일보

2025.07.01 08:14 2025.07.0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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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 대전총국장
요즘 충청권 최대 이슈는 ‘해양수산부(해수부) 부산 이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신속 이전을 주문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연내 이전 방안 검토를 지시하면서다. 지난달 23일에는 부산 출신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을 해수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가 내년 지방 선거를 겨냥해 해수부 이전 속도전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연내 이전 검토 지시를 내린 가운데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근무자들이 중동해역 선박 안전 위협 상황 발생 등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해수부 이전에 앞서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우선 행정수도 건설과 배치된다. 행정수도는 사실상 정부 핵심 부처가 세종에 모여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며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해수부 이전을 법적 검토나 사회적 논의 없이 추진하는 게 온당한지도 모르겠다. 중앙부처를 세종으로 이전한 게 행복도시법에 근거해 진행됐기 때문에 해수부 이전도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행정 효율성 논란도 제기된다. 정책은 한 부처가 독자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해양 산업 업무도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과 협조가 필요하다. 부처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부처별 공조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근무 효율성도 문제다. 경부고속도로 기준으로 서울에서 세종까지 거리는 약 140㎞다. 그런데 세종에서 부산까지는 이보다 2배 먼 280㎞나 된다. 해수부 공무원이 부산에서 국회를 오가려면 너무 멀어서 중간에 숙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다른 부처를 옮겨 달라는 요구가 잇따를 수도 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당원들이 지난달 26일 시당에서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이전 결사반대’를 외친다. 성일종·강승규·장동혁 등 충청권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 부산 이전은 행정수도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선거 때만 충청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달 26일 이전 반대궐기대회를 열었다. 반면에 여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해수부 이전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민주당 복기왕(충남 아산갑) 의원은 “대한민국 전체를 볼 때 부처가 세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했다. 이해 당사자인 세종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김영현 세종시 의원은 해수부 이전 관련, “(정부 부처를)다 가지려고 하면 배불러서 큰일 난다”라며 “세종시만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세종’은 민주당이 섬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 그래서 세종시는 민주당의 상징과도 같다. 이런 세종시가 해수부 이전 사태를 계기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권에서 나타난 아이러니다.





김방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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