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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김건희에 '공무원' 범죄 적용? 이게 특검 최대 숙제

중앙일보

2025.07.01 13:00 2025.07.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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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 수사를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20일간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2일 수사를 본격 개시한다. 이날부터 특검은 민간인인 김건희 여사에게 ‘공무원 범죄’인 뇌물과 직권남용 혐의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숙제에 마주하게 됐다.



공무원과 공범 형태여야

핵심 의혹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제외한 나머지 의혹은 공통적으로 뇌물·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토대로 한다. 의혹의 기본 뼈대는 김 여사가 누군가(건진법사·명태균·기업 등)로부터 뇌물(샤넬백·무상 여론조사·후원)을 받아, 그 대가로 어떤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인사, 보궐선거 공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원명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문제는 뇌물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모두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범죄라는 점이다. 영부인 역시 민간인이다 보니 공무원과의 공범 형태로만 김 여사의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 이처럼 ‘민간인 신분’에서 생겨나는 법리적 한계는 앞서 최순실 특검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뇌물죄와 직권남용죄를 ‘비선’인 최씨에게 적용하기 위해 최순실 특검은 최씨를 공무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공범으로 의율했다. 또 ‘경제공동체’ 법리를 발굴한 뒤 최씨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과 제3자 뇌물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때문에 뇌물죄와 관련해 특검의 첫 과제는 각 사건에서 김 여사와 공범인 공무원을 특정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공무원과 김 여사가 뇌물을 받기로 협의했다는 증언·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김 여사와 가장 가까운 공무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특검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 주변의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가 공범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 형법 전공인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공무원이더라도 비서 정도로는 어렵고,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뇌물이나 직권남용 모두 결정권자와 함께 협의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성립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김건희 공범’의 직무 관련성 입증도 과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공범인 공무원과 뇌물을 준 사람 사이의 직무 관련성 역시 증명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의 두 번째 과제다. 앞서 2023년 3월 검찰이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것 역시 직무 관련성·대가성을 판단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포괄적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대통령은 특검팀 입장에서는 약한 고리다. 대통령은 직무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청탁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판례는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처음 확립됐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서 두루 적용됐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의혹 등에 대해 “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 그냥 물어봤다”(지난해 11월 기자회견)는 등 자세한 사실관계를 몰랐다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가 국정에 관해 청탁을 받으면서 이를 빌미로 금품을 받는 걸 알면서도 묵인해 주고 있었다면 공범화될 가능성은 꽤 클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주변인 진술이 얼마나 나오는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1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민간인인 김 여사에게도 적용 가능한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알선수재는 민간인일지라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하고 금품을 받았다면 실제 알선이 있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성립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무상 청탁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 될 수도, 알선수재가 될 수도 있다”며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걸 전제로 돈을 받았으면 처벌 조항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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