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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코스피, 연내 3300 뚫을 것…좀비기업 퇴출은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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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13:00 2025.07.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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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6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하던 한국 증시가 올해 들어 선진국 증시를 뛰어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를 이끌어 온 정은보(64) 이사장은 증시의 냉탕과 온탕을 모두 겪었다. 지난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젝트’부터 현 정부의 ‘코스피 5000’까지, 증시 부양이라는 핵심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그는 “올해 안에 코스피 전고점(2021년 7월, 3305.21)을 넘어서는 게 목표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Q : 지난해까지 한국 증시가 소외된 이유는 무엇인가.
A : 첫째, 산업 경쟁력 문제다. 전통적 제조업 기반인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 모멘텀을 찾아낼 수 있느냐는 거다. 둘째, 주식 시장에서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너무 크다. 투자자의 이익 보호가 부족하다 보니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발생했다고 본다.


Q : 올해 들어서는 왜 좋아졌을까.
A : 그간 정부가 증시 저평가 해소를 내세웠고, 새 정부 출범으로 투자자의 이익 보호가 확실히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년 간 주가가 워낙 떨어져 가격 메리트도 생겼다.


Q : 코스피는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A : 올해 안에 전고점(종가 기준 2021년 7월 6일 3305.21)3300선은 깨겠다는 목표다.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고 투자자 보호 정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해소해도 (돌파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새 정부가 표방하는 5000 이상으로 가려면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 민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가능한 목표다.


Q : 투자자 보호책으로 상법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A : 상법이든, 자본시장법이든 전체 기업이 아닌 상장회사를 타깃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소액주주가 없는 대부분의 비상장사까지 공권력이 개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집중투표제도 진행돼야 하지만, 경영권에 대한 보호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과거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100년은 걸렸지만, 이제는 10년만에도 나오는 시대다. 기업 경영권이 보호돼야 우리 기업들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Q : 거래소가 중점을 둘 과제는 뭔가.
A : 이제는 증시 구조 개선에 주력하려 한다. 시장에 소위 ‘좀비기업’이 너무 많은데, 사업화에 실패한 이런 기업들이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들을 빨리 퇴출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한국이 미국의 3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상장사 수는 절반이다. 상장사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Q : 신규 상장이 너무 쉽다는 지적도 있는데.
A :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이 장에 올라오도록 가급적 문을 열어줄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철강 같은 기존 제조업 대신 방산, LNG(액화천연가스)선박과 초대형유람선, 원전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이나 AI(인공지능), 휴머노이드 같은 첨단기술 기업이 투자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AI 등 기술기업이 패스트트랙으로 상장될 수 있는 ‘AI 특례상장제도’를 적극 추진하려 한다. 물론 이와 동시에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은 빨리 퇴출시키는 제도도 함께 추진한다. 올해 안에 제도 윤곽이 나올 거다.


Q : 내년부터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이 24시간 거래를 도입하는 등 거래소 간 경쟁도 치열하다.
A : 미국 거래소가 24시간 돌아가면 국내 투자자도 낮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거다. 전세계 거래소와 경쟁 시작이다. 우리도 거래 시간을 계속 늘려서 최종적으로 24시간 거래로 갈 수밖에 없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나 토큰증권(STO) 등도 한국 자본시장이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Q :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A : 성장 잠재력은 어느 시장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로 높아지면서 자산의 양도 늘어가는데, 부동산은 인구 구조상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결국 부동산에 치우친 가계 자산이 금융자산으로 넘어오면서 부동산과 금융의 자산 비중이 역전되고, 자본시장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이 자산이 국내 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신산업을 계속 육성하는 일이다.



남윤서.이병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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