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 4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 카페 앞엔 커피를 사려는 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학생 8명이 카페 문 밖까지 줄을 서 있기도 했다. 책가방을 멘 아이들은 한 손에는 커피를, 한 손에는 문제집과 학습지를 들고 학원 건물로 들어갔다.
커피를 들고 학원에 가던 조시현(14)양은 “아침에 학교 갈 때 한 잔, 밤에 공부하기 전에 한 잔, 하루에 적어도 2잔씩은 먹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조양은 “지금 시험 기간이라 매일 새벽 2~3시까지는 공부해야 하는데, 커피를 마셔야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에는 고카페인 함량 커피 우유와 에너지 드링크 자리만 비어 있었다. 냉장고에 커피 우유를 채우던 직원 박모씨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부터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와 커피 음료나 에너지 드링크를 사 간다”고 말했다. 학원에 가기 전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구매한 김현준(16)군은 “잠에서 깨고 수업에 집중하려면 먹어야 한다”며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 한 캔을 사 들고 학원 수업에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고카페인 음료 등을 섭취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청소년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학생 5만46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3.5%로 나타났다. 2015년 3.3%였던 청소년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은 2017년 8%, 2019년 12.2%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의 섭취율은 31.5%로 중학생(15.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지난달부터 매일 카페에서 빅사이즈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이모(17)양은 “올해 수능이 135일 남았다”며 “이제 고3을 앞두고 있어서 더 늦게까지 공부하려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카페인양은 체중 1kg당 2.5mg으로 60kg 기준 하루 최대 150mg이다. 한 캔당 카페인 150~200mg이 함유된 500mL 에너지드링크 한 캔만 마셔도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을 넘게 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판매하는 빅사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 마시면 최대 권고량의 두 배가 넘는 312mg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홍민하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카페인 음료는 청소년의 심장과 소화기계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여 불안감과 초조함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부할 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해서 섭취하다 보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인 의존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