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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부터 마셔" 커피 달고사는 아이들…공부엔 더 안좋다

중앙일보

2025.07.01 13:00 2025.07.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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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모습. 뉴스1

1일 오후 3시 4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 카페 앞엔 커피를 사려는 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학생 8명이 카페 문 밖까지 줄을 서 있기도 했다. 책가방을 멘 아이들은 한 손에는 커피를, 한 손에는 문제집과 학습지를 들고 학원 건물로 들어갔다.

커피를 들고 학원에 가던 조시현(14)양은 “아침에 학교 갈 때 한 잔, 밤에 공부하기 전에 한 잔, 하루에 적어도 2잔씩은 먹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조양은 “지금 시험 기간이라 매일 새벽 2~3시까지는 공부해야 하는데, 커피를 마셔야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2시 5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에서 조시현(14)양이 학원에 가기 전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전율 기자

인근 편의점에는 고카페인 함량 커피 우유와 에너지 드링크 자리만 비어 있었다. 냉장고에 커피 우유를 채우던 직원 박모씨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부터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와 커피 음료나 에너지 드링크를 사 간다”고 말했다. 학원에 가기 전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구매한 김현준(16)군은 “잠에서 깨고 수업에 집중하려면 먹어야 한다”며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 한 캔을 사 들고 학원 수업에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고카페인 음료 등을 섭취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청소년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학생 5만46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3.5%로 나타났다. 2015년 3.3%였던 청소년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은 2017년 8%, 2019년 12.2%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의 섭취율은 31.5%로 중학생(15.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지난달부터 매일 카페에서 빅사이즈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이모(17)양은 “올해 수능이 135일 남았다”며 “이제 고3을 앞두고 있어서 더 늦게까지 공부하려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편의점 냉장고. 에너지드링크가 있던 자리만 비어 있다. 전율 기자

하루 동안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카페인양은 체중 1kg당 2.5mg으로 60kg 기준 하루 최대 150mg이다. 한 캔당 카페인 150~200mg이 함유된 500mL 에너지드링크 한 캔만 마셔도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을 넘게 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판매하는 빅사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 마시면 최대 권고량의 두 배가 넘는 312mg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홍민하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카페인 음료는 청소년의 심장과 소화기계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여 불안감과 초조함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부할 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해서 섭취하다 보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인 의존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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