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보다 더 기쁜 번트였다. 홈런을 치고 난 다음 타석에서 기막힌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만들어낸 문현빈(21)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1위 질주 이유를 보여줬다. 나아가 올스타의 자격도 증명했다.
문현빈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시즌 9호 홈런과 결승 스퀴즈 번트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한화의 8-4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화는 2위 LG에 1경기차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했다.
문현빈이 이끈 역전승이었다. 4회까지 0-4로 끌려다닌 한화는 5회 노시환의 솔로 홈런으로 침묵을 깬 뒤 7회 문현빈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이어갔다. 7회 선두타자로 나온 문현빈은 NC 선발 라일리 톰슨의 3구째 시속 136km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높이 8m 몬스터월을 라인드라이브로 넘어가는 솔로포로 장식했다. 비거리 115m, 시즌 9호 홈런. 지난 5월17일 대전 SSG전 더블헤더 2차전 이후 45일, 34경기 만에 터진 홈런이었다.
앞서 4회 우중간 2루타에 이어 멀티 장타를 터뜨린 문현빈은 4-4 동점이 된 8회 1사 1,3루에서 NC 좌완 필승조 김영규 상대로 초구 직구에 헛스윙했다. 이어 2구째 갑자기 배트를 반으로 잡더니 기습 번트를 댔다. 투수 오른쪽에 절묘하게 굴러간 타구. 번트 위치와 강도 모두 적절했다. 김영규가 빠르게 잡고 1루로 송구해 문현빈을 잡아냈지만 3루 주자 황영묵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에 들어와 한화가 5-4로 역전했다. 문현빈은 홈런을 친 것보다 더 기쁜 표정으로 덕아웃에서 환영을 받았다. 이날 경기 결승점.
상대의 허를 완전히 찌른 스퀴즈였다.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쳤고, 이 타석에서도 초구에 헛스윙을 했으니 스퀴즈 번트를 생각하기 어려웠다. 벤치의 사인도 없었지만 문현빈은 수비가 뒤로 물러선 것을 보곤 번뜩이는 센스로 스퀴즈 번트를 감행했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선 하기 어려운 플레이. 올해 확 달라진 한화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화 문현빈. /한화 이글스 제공
경기 후 문현빈은 스퀴즈 번트 상황에 대해 “초구를 치려고 했는데 스윙을 하고 나서 수비수들이 뒤로 빠지더라. 그래서 (황)영묵이 형 주력이 나쁘지 않고, 제가 코스만 잘 대면 충분히 들어올 거 같아서 번트를 댔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번트에 자신이 있어서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번트 안타도 2개나 되는 문현빈은 “배팅을 칠 때마다 한 번씩 번트를 대며 연습한다.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추승우, 김재걸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번트를 준비했다. 이걸 제 걸로 만들면 하나의 무기가 되는 거니까 만들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모처럼 홈런이 나온 것도 반갑다. 몬스터월을 넘긴 ‘갤러리아 홈런존’으로 100만원 상품권도 받은 문현빈은 “저번 시리즈부터 정타가 나오고, 오늘 장타가 2개 나와서 시원했다. 막혔던 게 뚫린 것 같다”며 몬스터월 홈런에 대해 “아슬아슬해서 안 넘어갈 줄 알고 빨리 뛰었는데 넘어가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문현빈은 올해 몬스터월 홈런만 3개로 가장 많이 쳤다.
한화 문현빈. /한화 이글스 제공
투고타저 흐름 속에 리그에 타율 3할대 타자가 6명밖에 없는데 문현빈이 그 중 한 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안 좋을 때도 행운의 안타가 몇 개 나와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3할 타율을 기쁘게 생각하지만 들뜨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숫자보다 상화에 맞게 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감독 추천으로 오는 12일 대전 홈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도 처음 나간다. 베스트12 팬 투표에서 나눔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 1위였으나 선수단 투표에서 최형우(KIA)에게 역전당한 아쉬움을 감독 추천으로 풀었다.
문현빈은 “대전 신구장에서 하는 올스타전이라 욕심이 났었는데 감독 추천으로 가게 돼 너무 기쁘다.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팬분들이 뽑아주신 게 있어서 그걸로 나간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최대한 열심히 준비를 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상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