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휴전에 동의했다며 하마스에 ‘최종 제안’ 수용을 압박하면서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강제 휴전시킨 여세를 몰아 가자지구 휴전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내 대표자들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문제와 관련해 길고도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며 “이스라엘은 60일간의 휴전을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동의했다. (휴전 동안) 우리는 모든 당사자와 전쟁 종식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평화 달성을 돕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해온 카타르와 이집트에 이 최종 제안을 전달할 것”이라며 “중동을 위해, 하마스가 이 제안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악화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이 휴전에 돌입한 뒤 가자지구 휴전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같은달 27일 “(가자지구 휴전이) 나는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다음 주 내로 휴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틀 뒤엔 트루스소셜에 “가자에서 협상을 성사시켜라. 인질들을 데려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의 무력 도발을 잠재운 가운데, 유일한 걸림돌인 가자지구 전쟁만 해결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중동 신(新)질서의 핵심인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브라함 협정은 지난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이 체결한 국교 정상화 협정이다. 협정에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새 국가를 합류시키려면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 종식이 필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7일 백악관에서 열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가자지구 휴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이 와중에 가자지구에서 군사행동 강도를 높였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포격, 총격으로 최소 2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 공격과 관련해 언론과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는 플로리다주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 공격과 관련한 허위 보도를 한 것에 대해 (CNN은) 기소될 수 있다”며 “(이란 핵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지난달 24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국방정보국(DIA) 초기 평가 보고서 내용이라며 “미군의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공격이 핵무기 개발을 수개월 늦추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서방은 이란의 핵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날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즉시 재개해 이란 내 핵물질에 대한 검증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X(옛 트위터)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EU가 이란의 핵 협상과 IAEA와의 협력 재개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락치 장관은 “협상과 외교를 배반한 건 미국”이라며 “일부 유럽 국가의 건설적이지 않은 접근방식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고 외교를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