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美 '스파이 조사중 사망' 中과학자 가족, 재직 美대학에 소송

연합뉴스

2025.07.01 19: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부정행위 없는데도 차별과 고립적 조치, 극단 선택의 치명적 요인"
美 '스파이 조사중 사망' 中과학자 가족, 재직 美대학에 소송
"부정행위 없는데도 차별과 고립적 조치, 극단 선택의 치명적 요인"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국 당국으로부터 '스파이 혐의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재미 중국인 과학자의 가족이 "재직하던 미 대학의 차별적 조처가 극단적 선택의 치명적 요인이 됐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작년 7월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 의대 전직 연구교수인 제인 우 박사의 가족이 지난주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법원에 대학을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소장과 함께 제출한 자료를 통해 "대학 측이 우 박사가 수년 동안 미 당국으로부터 스파이 혐의 조사를 받을 당시 부정행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각종 차별과 고립적인 조처를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기간에 대학 측은 우 박사의 연구실을 일부 폐쇄했는가 하면 연구팀을 해체하고 미 국립보건원(NIH)이 지급한 연구비를 백인 남성 동료에게 재할당했으며 급여를 삭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우 박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수 주 전인 작년 5월 23일에는 대학 캠퍼스와 현지 지역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연행해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정신병원으로 데려갔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에서 "우 박사가 심각한 충격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퇴원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SCMP는 주장했다.
1963년 중국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에서 태어난 우 박사는 1986년 상하이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암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 박사후과정과 워싱턴대 조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노스웨스턴대학에 재직하며 분자생물학 및 신경과학 분야 연구를 선도해 왔다.
신경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우 박사는 미 NIH로부터도 무려 6종류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였다.
그러나 미중 양국의 과학 인재 확보 경쟁이 급기야 '스파이 전쟁'으로 확산하면서 우 박사가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중국 안팎에서 나온다.
중국이 2008년부터 첨단 과학기술 육성 차원에서 해외 인재 양성 국가 프로젝트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강행하자 미국은 이를 산업 스파이 행위와 연결해 대응했다.
2018년 11월부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수사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시작돼 중국 출신을 포함해 아시아계 과학자들이 타깃이 됐다. 이로 인해 인종적 편견·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022년 2월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공식 종료했으나, 이 기간에 수백명의 아시아계 과학자가 조사받거나 추방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때 우 박사 역시 NIH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소속된 노스웨스턴대 측이 우 박사를 겨냥한 조처를 쏟아냈다.
우 박사는 천인계획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실을 운영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NIH의 표적이 됐던 것으로 SCMP는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인교준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