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소비자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며 시민들의 체감 부담이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의 두 배를 넘어선다.
외식 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했다.
가공식품과 외식이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은 각각 0.39%포인트와 0.44%포인트로, 두 항목이 전체 물가 상승률 중 0.83%포인트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상승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치다.
가공식품 가격은 73개 품목 중 62개가 상승했다. 특히 오징어채(48.7%), 양념소스(21.3%), 차(20.7%), 초콜릿(20.4%)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김치(14.2%), 커피(12.4%), 맛김(12.0%), 시리얼(11.6%)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라면 가격은 6.9% 상승하며 5월(6.2%)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빵과 소시지 가격도 각각 6.4% 상승했다.
통계청 박병선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커피, 차, 시리얼, 라면 등에서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정부 요청에 따라 가격 인상을 자제하던 식품·외식업체들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동서식품은 대선을 나흘 앞두고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인상했고, 6개월 사이 두 차례 인상을 통해 커피믹스 가격을 약 20% 올렸다. 농심, 오뚜기, 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들도 100~200원씩 인상했으며, 초콜릿 1위 업체 롯데웰푸드는 8개월 사이 두 차례 가격을 올려 일부 제품은 42% 인상됐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1.3%에서 12월 2.0%, 올해 3월 3.6%, 4~5월 4.1%를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는 4.6%까지 올랐다.
외식 물가도 1월 2.9%에서 2월 3.0%로 상승한 이후 3%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최근에도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노랑통닭은 지난달 23일 치킨 가격을 2000원 인상했고, 동원F&B는 이달부터 편의점용 덴마크 우유 가격을 5% 올렸다. 이디야커피는 오는 3일부터 아이스티 용량을 늘리면서 300원 인상하고, 베이커리 제품 33종 가격도 함께 올릴 예정이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격 인상 속도는 정국 혼란기보다는 둔화된 양상이다.
업계는 이미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당분간 추가 인상은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대부분 가격을 한 차례 올렸기 때문에 향후 물가는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인해 가격 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율, 유류비, 인건비 상승 등 복합 요인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가 활성화되면 상승세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