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영국 로열 발레가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오는 4~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갈라(gala)’ 무대를 펼친다. ‘갈라’는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로열 발레의 내한 공연은 1978년 ‘백조의 호수’와 1995년 ‘지젤’, 그리고 2005년 ‘신데렐라’ 및 ‘마농’ 이후 네 번째다. 올해 로얄 발레의 해외 공연이 열리는 국가는 한국과 이탈리아 뿐이다. 로얄 발레의 갈라 공연이 한국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공연 이름은 ‘더 퍼스트 갈라’다.
2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케빈 오헤어 예술감독은 “여러 발레단의 훌륭한 갈라쇼가 많이 있지만, 이번 공연은 로열 발레만이 가진 레퍼토리를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퍼스트 갈라 쇼’라고 명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이 새로운 오늘날의 로열 발레를 보여주는 일종의 ‘스냅샷(snapshot)’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지젤’,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고전 작품과 함께 뮤지컬과 발레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리스토퍼 휠튼의 ‘애프터 더 레인’과 같은 컨템포러리(현대 무용)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로열 발레의 무용수이며 안무가로도 활약 중인 조슈아 융커의 신작 ‘스펠스’는 이번 무대를 통해 세계 초연된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로열 발레의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는 레퍼토리가 고르게 들어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로열 발레 ‘프린시펄’(Principal·수석 무용수)인 나탈리아 오시포바,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바딤 문타기로프, 후미 가네코 등 세계 최정상 무용수가 대거 참가한다. 로열 발레 소속 한국인 무용수의 공연도 볼 수 있다. 2003년 입단 후 2008년부터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활약 중인 최유희, 2017년 입단한 뒤 지난해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전준혁을 비롯해 김보민, 박한나 등이 이번 무대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다. 퍼스트 솔로이스트는 로열발레단의 5개 등급 중 최고인 프린시펄 바로 아래 등급이다.
로열 발레의 첫 한국인 단원인 최유희는 이날 간담회에서 “20년 전 로열 발레가 한국에서 공연을 했을 때도 함께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번 무대는 제가 둘째 아이를 낳고 돌아온 첫 복귀작이어서 더 특별하다”라고 밝혔다.
전준혁은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가끔은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퍼스트 솔로이스트가 된 뒤 달라진 점에 대해선 “마음의 짐이 덜어지고 춤을 좀 더 즐겁게 바라보게 됐다”며 “전보다 부담될 수 있는 역을 많이 하지만, 연습량이 줄고 대신 몸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점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꼽았다.
오헤어 감독은 “로열 발레의 굉장히 특별한 점 중 하나는 다국적 무용수들이 활동하는 단체라는 것”이라며 “한국 무용수들이 모국에서 공연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국 로열 발레(The Royal Ballet)=1931년 ‘빅 웰스 발레(The Vic-Wells Ballet Company)’로 출발했다. 전설적인 러시아 발레단인 ‘발레 뤼스’의 발레리나로 영국 발레의 어머니라 불리는 니네트 드 발루아가 창단했다. 올드 빅 극장과 새들러스 웰스 극장을 오가며 공연하던 ‘빅 웰스 발레’는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 자리 잡으며 ‘새들러스 웰스 발레’로 이름을 바꿨다. 1956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로열’ 칭호를 받았다. 현재 파리 오페라 발레와 함께 유럽 발레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