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9월 이른바 전승절(戰勝節) 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한·중 간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외교 채널 등 여러 경로로 이 대통령의 참석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한국 측에 전하고 있는데,〈중앙일보 7월 2일자 1·2면 보도〉 주한 중국 대사관은 벌써부터 "한국 측의 참석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2일 "이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는, 한·중 간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 중에 있다"며 "다만, 외교 채널에서 이루어지는 구체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한·중 양국은 APEC 정상회의를 매개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을 토대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중국의 초청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인데,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전례와 대미·대중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 박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자유주의 진영 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70주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협력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채 한·미 동맹에 긴장을 초래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금은 미·중 간 전략 경쟁이 한층 심해지는 등 정부로서는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환영한다"고 기대감부터 표명하며 앞서 나갔다. 대사관은 이날 중앙일보에 "올해는 항일전쟁 및 반(反)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이자 한반도 광복 80주년으로 중·한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라며 "중·한 양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침략에 맞서 싸우며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중요한 기여를 했고 그 역사에 대해 특별한 감정과 기억을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공통의 역사를 거론하며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독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사관은 박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섰던 사례를 언급하며 "70주년 당시 한국 지도자가 초청에 따라 (전승절 행사에)참석해 좋은 효과를 거뒀다"며 "중국 측은 이번 기념 행사에 한국 측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상이 직접 참석하는 걸 원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당시 한·미 동맹 사이에 나온 파열음 등도 '좋은 효과'라고 표현한 셈이다.
정부로서는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전승절 다음달인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하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미션도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 중국이 이를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유도하는 협상 전략으로 활용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대통령실이 "APEC 정상회의를 매개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을 강조한 것도 중국이 이처럼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과 시 주석의 방한을 연계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외교부 역시 전날 서울에서 이뤄진 한·중 국장급 협의 결과를 소개하며 "양측은 이번 협의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 급에서의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영신 동북·중앙아국장과 류진송(劉勁松)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이 참여한 이번 협의에서도 중국이 이 대통령을 전승절 행사에 초청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중국은 이 대통령의 참석을 바란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한·중 국장급 협의에선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경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또 "서해와 한반도 문제 등 양국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 설치한 구조물 3기에 대해 한국은 지난 4월 한·중 해양협력대화 등에서도 PMZ 밖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민간의 양식 시설"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협의에선 북·러 군사협력을 비롯한 북핵 문제 전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으며, 한국은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 한·중 국장급 협의는 지난해 12월 30일 중국에서 열린 데 이어 약 6개월만에 개최됐다. 이날 오전엔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가 류 국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