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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SUV 운전자 페달 오조작…대관령 휴게소 덮쳐 10명 부상

중앙일보

2025.07.02 00:02 2025.07.02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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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1시32분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대관령휴게소에서 SUV 차량이 휴게소 내 식당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10명이 다쳤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끊이지 않는 고령 운전자 사고


2일 오전 11시 32분쯤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대관령 휴게소에서 A씨(82ㆍ여)가 몰던 포드 익스플로러 승용차가 휴게소 내 식당가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정모(30ㆍ서울)씨의 오른쪽 팔이 골절되는 등 3명이 크게 다쳤고, 국제 여름학교에 참석한 20대 외국인 등 7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또 휴게소 유리창과 식당가 내부 식탁ㆍ의자 등 집기류가 파손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나 약물 운전을 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서 A씨는 “사고 직전 휴게소에 진입해 주차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사고가 난 휴게소는 주차장과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이 없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페달을 잘못 조작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일 오전 11시32분 강릉 강릉시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대관령휴게소에서 SUV 차량이 휴게소 내 식당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10명이 다쳐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2005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

이번 사고처럼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엔 B씨(69)가 운전하던 차량이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을 하다 마주 오는 차량과 인도에 있던 행인을 잇달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또 2023년 11월엔 강원도 춘천에서 80대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숨지게 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당시 운전자 C씨(82)는 경찰에서 “신호와 보행자를 못 봤다”고 진술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36.4% 급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와 페달 오조작이 많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2024년 페달 오조작 사고를 분석한 결과 25.7%가 65세 이상 운전자로 인한 것이었다.

신재민 기자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미미

이에 따라 전국 자치단체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고령자 면허증 반납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정책은 2018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20년 정부 차원에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있다. 면허를 반납할 경우 2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강원ㆍ충청 일부 시ㆍ군도 10만원 어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또 구례ㆍ순천 등 전남 일부 시ㆍ군은 50만원을 준다. 하지만 반납률은 미미한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실제 운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도로 주행을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령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운전 능력, 지각 능력 등을 평가하는 제도 도입을 논의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호.김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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