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교환사채(EB) 발행 절차를 중단한다. 자사주 소각을 피하려고 ‘꼼수’를 썼다는 지적에 한발 물러섰다.
태광산업은 2일 “자사주 기초 EB 발행과 관련해 트러스톤 측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후속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 관계자의 우려와 의견을 충분히 들어 향후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태광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3186억원 규모 EB를 발행한다고 의결했다. EB 발행 대상은 자사주 전량(주식 총수의 24.41%)이다. EB는 회사가 가진 주식(자사주 또는 타사주)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준 채권이다. 태광의 EB 발행 결정에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자사주가 교환 대상인 교환사채 발행은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효과가 비슷한 만큼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마침 이재명 정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태광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은 1일 태광이 EB 처분 상대방을 공시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 태광산업은 같은 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EB 발행 대상을 한국투자증권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도 “한국투자증권이 EB를 인수한 뒤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B 발행 중단에 따라 태광의 대규모 투자 집행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태광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내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며 EB 발행을 추진했다. 최근 애경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애경산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