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ㆍ한국 같은 주요 무역 상대국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쌀 시장을 개방하라’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소고기ㆍ쌀 시장이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일본은 매우 완고(very tough)하고, 매우 버릇이 잘못 들었다(very spoiled)”며 “일본은 쌀을 절실히 필요로 하면서도 미국 쌀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제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30%, 35% 또는 우리가 정하는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일곱 번에 걸친 미·일 장관급 협상이 좀처럼 진척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나왔다. 당장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나타내며 상황은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협상 내내 상대국을 압박하는 그의 방식이라는 관측이 많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다가왔는데 미국은 아직 영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을 본보기 삼은 것으로 보이며, 다른 국가들도 협상 시한 전까지 ‘최선의 제안’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주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첫 장관급 협상에 나선 한국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는 일본의 쌀처럼 소고기 수입 문제가 걸려있다. 미국이 한국과 협상에서 월령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입 등을 요구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소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광우병 사태’로 번졌던 선례가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 관세 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에선 전국한우협회 등 관계자들이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소고기 시장 개방이 미국의 정말 원하는 카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30개월령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광우병 우려 때문에 지금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미국산 소고기 냉장용 9억4000만 달러어치, 냉동용 12억 달러어치를 들여오며, 미국이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 자리를 지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30개월 월령 제한으로 인해서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국 측 이해관계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일본 쌀처럼 한국에는 소고기를 활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실제 미국은 한국의 구글맵이나 망 사용료 같은 디지털 교역 불균형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썬 ‘정치적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 출범 등으로 협상이 늦어진 한국은 기한 내 합의가 사실상 어렵다. 최악의 경우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뒤 협상을 이어가야 할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 폭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1~6월) 한국 전체 수출은 지난해 수준(-0.03%)을 유지했지만, 대미 수출은 3.7% 감소했다. 미국이 50% 관세를 매긴 철강 대미 수출은 11.2% 줄었고, 25%인 자동차는 16.8%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