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내야수 하주석(31)이 12년 만에 2루수로 나선다. 하주석의 활용 폭을 높이기 위한 김경문 감독의 준비된 실험이 가동된다.
한화는 2일 대전 NC전에 상대 우완 선발 목지훈을 맞아 이진영(우익수) 루이스 리베라토(중견수) 문현빈(좌익수) 노시환(3루수) 채은성(1루수) 최인호(지명타자) 하주석(2루수) 최재훈(포수) 심우준(유격수) 순으로 라인업을 내세웠다. 선발투수는 우완 문동주.
2루수 하주석이 눈에 띈다. 하주석이 2루수로 출장한 것은 2년차 시절이었던 2013년 10월5일 대전 넥센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일수로는 4288일 만의 일이다. 그해 2루수로 선발 3경기를 나서 20⅔이닝을 수비하며 실책을 1개 기록한 바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하)주석이가 팀이 어려울 때 합류해서 유격수로 잘해줬지만 타격 쪽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그동안 2루수 연습도 충분히 준비했다. 경기를 하는 것은 또 다르겠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2루수로도 많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주석은 올 시즌 40경기 타율 2할7푼9리(111타수 31안타) 1홈런 11타점 OPS .708을 기록하고 있다. 5월 중순 심우준이 사구에 의한 비골 골절로 이탈한 뒤 1군에 올라와 공수에서 활약했다. 2번 타순에서 테이블 세터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하주석이 심우준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 이상으로 활약하면서 한화도 순위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1위 자리를 지켰다. 김경문 감독도 이런 하주석의 기여도를 인정해 활용 폭을 늘리기 위해 고민했다. 5월말부터 김경문 감독은 심우준이 복귀한 뒤 하주석을 2루수로 쓸 구상을 드러냈다.
하주석은 경기 전 훈련 때 유격수와 2루수 자리를 번갈아가며 한 달가량 충분히 연습 과정을 거쳤고, 이날 마침내 선발 2루수로 투입됐다. 유격수로 뛰던 선수는 내야 어느 자리를 가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만 유격수 이미지가 강한 하주석이 12년 만에 2루수로 나선다는 점에서 파격이라 할 만하다.
하주석이 2루에 안착한다면 한화 야수진의 전체 밸런스가 향상될 수 있다. 수비에 특화된 유격수 심우준의 부족한 타격 생산력을 키스톤 자리에서 하주석이 메워 공격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에 2루 자리를 분담한 이도윤, 황영묵과 내부 경쟁을 통해 팀 전체 경쟁력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OSEN=대전, 지형준 기자] 한화 하주석, 심우준이 경기에 앞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5.06.14 /[email protected]
한편 한화는 전날(1일) NC전에서 8-4 역전승을 거두며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4회까지 0-4로 끌려다닌 경기였지만 8회에만 6득점 빅이닝을 몰아치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두 번의 결정적 번트가 있었다. 2-4로 뒤진 8회 무사 1,2루에서 심우준이 스리번트를 감행한 끝에 주자들을 한 베이스씩 진루시켰고, 상대 실책과 루이스 리베로타의 적시타가 터지며 4-4 동점이 된 8회 1사 1,3루 찬스에선 문현빈이 절묘한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둘 다 벤치 사인이 아닌 선수들의 판단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문)현빈이도 본인이 잘 댄 거고, (심)우준이 것도 본인이 댄 것이다. 어려운 볼을 잘 댔다. 선수들이 스스로 풀어나가는 능력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선발) 와이스가 먼저 점수를 줬지만 뒤에 릴레이로 나온 투숙들이 4점으로 묶어놓으면서 역전 찬스가 왔다. 4점 이상 줬으면 역전하기 힘들었을 텐데 투수들이 잘 던졌다. 투수들도 칭찬해야 하지만 좋은 수비도 있었다. 우준이가 (4회 1사 1,2루에서 김형준 내야 안타를) 다이빙으로 막은 것도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게 연결이 돼 역전된 것이다”고 수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