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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 통일부 명칭서 ‘통일’ 삭제 유력검토…“통일 포기냐” 반발도

중앙일보

2025.07.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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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이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위)가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을 삭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통일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국정위 핵심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대북 강경 노선을 지속하면서 통일이란 용어가 ‘흡수통일’을 연상케 하고 있다”며 “통일을 빼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국정위는 앞서 분과별로 취합한 1차 조직개편안에도 통일부 명칭 변경 안건을 반영했다. ‘한반도평화부’를 포함해 ‘남북관계부’, ‘남북협력부’ 등이 논의되고 있다.

남북 협력을 담당한 부처의 명칭에서 통일을 삭제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1969년 박정희 정부 때 국토통일원이 발족한 이래 1990년 노태우 정부에서 부총리급 기관인 통일원을 거쳐,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로 바뀌기까지 통일이란 명칭은 상수였다.



수십 년 간 남북관계의 이정표 역할을 해온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체결)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 규정하고 있다.

국정위는 통일 명칭을 삭제해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추진하며 통일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달 24일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바탕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다”며 통일부 명칭 변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통일을 포기한 것이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의 목표가 통일인데 왜 목표를 바꿔서 과정으로 가느냐”고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도 1일 통일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 부각 차원에서 통일부 명칭을 유지하고, 대신 대대적인 조직 및 업무 재조정이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도 “국민 다수의 합의를 바탕으로 ‘통일’이란 명칭을 써온 것인데 합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며 “(명칭은) 북한과 관계 개선의 본질적 부분도 아니다”고 했다.

추후 진행될 대북 협상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정부가 (남북 협의를 통한) 통일을 지향하기보단 북한을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춘 ‘북한지원부’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 중진 의원도 “북·미 대화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통일이라는 큰 틀을 기반으로 대북 평화론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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