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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맹타에 KIA 반등했다…'함평 타이거즈'의 상징 오선우

중앙일보

2025.07.02 00:53 2025.07.0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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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오선우. 사진 KIA 타이거즈
“1996년생이니까 늦어도 많이 늦었죠. 그래도 그 인내의 기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까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요새 ‘함평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2군 구장인 함평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이들이 부상자들의 공백을 메우면서 6월 승률 1위라는 반전 드라마를 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함평 타이거즈의 상징 같은 선수로 1루수 오선우(29)를 꼽는다. 2019년 데뷔한 오선우는 지난해까지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펀치력 하나만큼은 으뜸이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1군에서는 중용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나성범(종아리)과 김도영(햄스트링), 김선빈(종아리) 등이 줄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기회를 얻었고, 알토란 활약을 펼치며 당당한 주전 내야수로 자리매김했다. 또, KIA도 덩달아 신바람을 내면서 상위권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만난 오선우는 “요새 우리 벤치에서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 선수 중 누구 하나라도 잘하면 내 일인마냥 기뻐해주고 응원해준다. 아무래도 기존 주전 선수들이 아니라 함평에서 함께 고생한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조금이라도 더 기를 북돋으려는 분위기다”면서 “나를 비롯해 김석환과 박민, 김규성 등 백업 선수들이 잘해서 뿌듯하다. 또, 우리의 활약이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힘을 내게 된다”고 말했다.

배명고와 인하대 거쳐 데뷔한 오선우는 KIA가 오랫동안 기다린 미완의 거포다. 신체조건(신장 1m86㎝·체중 95㎏)이 뛰어나고, 타고난 힘이 좋아 최형우와 나성범의 뒤를 이을 중심타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군에만 올라오면 야구가 풀리지 않았고, 자신감도 잃으면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자신보다 늦게 입단한 후배들은 하나둘 1군의 부름을 받았지만, 오선우에겐 흔한 기회조차 줄어들었다. 오선우는 “오래 걸리기는 했다. 그러나 그 기다임이 헛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2군에서 고생한 시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면서 “나는 천재가 아니다. 실패도 하고, 소중한 경험도 하면서 계속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오선우. 사진 KIA 타이거즈
오선우는 2002 한·일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선수를 꿈꿨다. 그런데 초등학교 축구부 경쟁률이 워낙 높아 주전 싸움에서 늘 밀렸다고 한다. 고민이 많던 찰나, 주변에서 “너는 체격이 좋으니 야구를 해보라”고 권유했고 그 길로 야구부원이 됐다. 이후 배명고와 인하대를 거친 외야수 오선우는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1루수로 전향했다.

5월 한때 7위까지 내려앉았던 디펜딩 챔피언 KIA는 6월 승률 1위를 앞세워 4강권까지 올라섰다. 이 기간 오선우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6월 23경기에서 타율 0.281 3홈런 14타점 13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한 달간 멀티히트만 10차례를 기록할 만큼 방망이가 뜨거웠다. 지난해 3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오선우는 “사실 기록은 잘 챙겨보지 않는다. 성적을 의식하면 괜히 쓸데없는 힘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차피 운이 나쁘면 안타가 아웃이 되고, 반대로 운이 좋으면 평범한 땅볼도 안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KIA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프로야구에도 활기가 돋고 있다. KIA 홈구장뿐만 아니라 KIA가 찾는 수도권 경기장도 연일 매진사례다. 최근에는 오선우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크게 늘어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오선우는 “선수들이 가장 빨린 체감하고 있다. 벤치에서 듣는 함성이 4월과 5월이 달랐고, 5월과 6월이 달랐다. 아무래도 백업 선수들의 성장을 보시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 “올스타전을 전후해 KIA 전력이 100%가 된다.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우리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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