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대한 세액공제를 기존 25%에서 35%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 제정된 칩스법은 2022년 말 이후 가동을 시작했거나 2026년 말 이전 착공한 미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시설·장비 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를 제공하는데, 이 비율이 확대됐다. 과거 칩스법 초안에서 제시된 수치(30%)를 웃돈다. 법안은 하원에서 다시 표결을 거쳐야 한다. 하원은 이르면 4일까지 법안을 통과시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서명을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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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스법 폐지 주장했던 트럼프 왜?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부터 “칩스법을 없애야한다” “수천억 달러의 낭비다”라며 해외 반도체 기업을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법안 폐지를 주장했지만, 양당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고소득 일자리를 제공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 역시 결국 미국 본토에 더 많은 반도체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목표 하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기업으로는 반도체법 인센티브(보조금) 수혜 대상인 TSMC·인텔· 마이크론·삼성전자 등이 거론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 들어 투자 확대를 약속한 TSMC는 늘어나는 투자액만큼 큰 규모의 세액 공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테크 매체 과기신보는 “많은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만 반도체 산업계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세액공제는 개별 기업 상한선이 없기에, 직접 보조금 등 다른 인센티브 보다도 재정지원 효과가 클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처는 이번 세액공제로 인해 향후 10년간 예산 150억달러(약 20조 40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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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수혜입나
세액공제 확대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속도가 붙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 가동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시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이후 착공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내년 말 전에 착공을 시작해야 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미국 진출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맞추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 뿐 아니라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도 똑같은 혜택을 받기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사람 구하는 게 너무 큰 문제이며 건설 비용도 매우 상승한 상황”이라며 “세금 혜택을 체감하기에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풀어야할 난제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