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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27% 철강 16% 수출 '뚝'…관세폭탄에 비명 지르는 업계

중앙일보

2025.07.02 01:27 2025.07.0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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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각 기업이 긴장감을 높이는 가운데 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전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유예시한(현지시간 기준 7월 8일) 만료를 앞두고 자동차·철강·가전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완성차 및 부품(25%), 철강 및 가전제품(50%)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수출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2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완성차(HS코드8703)의 올해 5월 대미 수출액은 25억1205만 달러(약 3조4000억원)로 지난해 5월 34억4902만 달러(약 4조7000억원)보다 27.2% 줄었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 대미 수출품목 1위(424억 달러)인 완성차의 수출감소가 두드러진 것이다. 같은 기간 자동차 부품(HS코드 8708) 수출액도 5억3582만→5억1742만 달러로 3.4% 감소했다. 미국은 완성차는 4월 3일(현지시간), 자동차 부품은 5월 3일부터 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차·기아 미국 판매량도 5월 17만251대에서 6월 14만374대로 17.5% 감소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무관세로 통관된 재고를 집중적으로 판매해 4~5월 현지 판매량을 끌어올렸지만, 재고가 소진된 6월부터는 판매량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가격 동결시한(7월 8일) 이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이러면 판매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대안으로 현지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연 50만대 생산 규모로 확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는 지난 5월 8674대를 생산해 아직 월 가동목표(약 4만대)의 22%만을 생산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인기차종을 박리다매하는 방식으로 점유율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0% 관세폭탄’ 철강·알루미늄…“수출할수록 손해”

3월 12일(현지시간)부터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철강·알루미늄은 6월 4일부터는 50%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철강(HS코드 72) 대미수출액은 1억7954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5.9% 감소했는데 6월 수출액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산이 미국산보다 20~30% 저렴하기 때문에 관세율 25%에도 국내 업체는 버틸만했다”며 “하지만 관세율 50%는 수출할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오초피에 위치한 이민자 구금시설을 방문한 뒤 메릴랜드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 중 미국 비중은 13.1%였다. 회사별 수출액 중 미국향 비중은 포스코(10.6%), 현대제철(33%), 세아제강(36.5%) 등이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국내 기업의 열연·냉연·후판 등 판재류 수출은 미국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에너지용 강관의 수출 의존도는 높은 편이어서 이를 주로 수출하는 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유럽 판매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경쟁력 있는 고품질 제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도 한숨…“가격인상 불가피”

6월 23일(현지시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냉장고·건조기·세탁기 등 주요가전 제품에도 철강함량 기준으로 최대 50% 관세가 부과하면서 가전업계도 피해를 보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업 자체가 이익률이 낮은 산업이라 결국 수익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지난달 23일부터 수입산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철강파생상품으로 보고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사진인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가전매장에 냉장고와 세탁기 등이 진열된 모습. 뉴스1
이달 초 2분기 잠정 실적발표를 앞둔 가전업체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미 먹구름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에서 가전을 담당하는 CE사업부 영업이익률을 0%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LG전자 역시 가전 담당 HS부문 영업이익률이 1분기 9.6%에서 2분기 6.3%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품목별 관세는 상호관세와 별개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용 카드로 세율 인상을 꺼낼 수도 있다.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근거도 만들어내는 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모습이어서 긴장감을 낮추기 어렵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협상으로 관세율 인하, 최대한 많은 쿼터물량 확보에 나서야 기업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9일부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예정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기계류, 전기·전자제품 등 품목에서 수출 경합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24%), 독일(20%) 등 한국(25%)보다 상호관세율이 낮게 예고된 국가들은 기계류에서 한국보다 가격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다 상호관세율이 높은 중국(54%)·베트남(46%)·대만(32%)·인도(26%) 등과의 경쟁에선 한국이 유리할 수 있다.



김효성.오삼권.박해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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