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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혁신위원장 돌고돌아 '찬탄파' 안철수…"메스 들어 종양 적출"

중앙일보

2025.07.02 01:28 2025.07.0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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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2·3 계엄 후 줄곧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안철수 의원을 2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안 의원은 “메스를 들어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양을 적출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복회장 주최 '나,조계진'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은 선택과 존립을 위한 절박하고 유일한 길”이라며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혁신안을 마련하겠다. 첫 단계로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송 위원장의 삼고초려 끝에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최근 안 의원의 지역구를 두 차례 찾은 송 위원장은 당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안 의원이 나한테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해줬는데, 적임자는 당신 뿐”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일단 당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전날 국회에서 송 위원장을 만난 뒤 최종 결심을 굳혔다.

안 의원 발탁을 두고 당내에선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소신을 지키면서도 당의 통합에 앞장섰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 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와 함께 열린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다시 원내에 입성했지만,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대하고 순직해병 특검 찬성하는 등 주요 현안에서 당론과 다른 소신을 폈다. 12·3 계엄 직후엔 ‘탄핵 반대’ 당론에도 1차 탄핵안 표결부터 찬성표를 던졌고, 일관되게 찬탄(탄핵 찬성)과 윤 전 대통령의 사과 및 탈당을 주장했다.

비주류인 안 의원에 대한 당내 시선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달라졌다. 안 의원은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 입장이 달랐지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섰다. 함께 대선 후보 경선 4강에 올랐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본선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였다.

구원(舊怨)이 깊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만나 단일화를 설득하며 범보수 빅텐트에 앞장서자 구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도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안 의원은 대선 이후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면서 동시에 대구·부산·인천 등을 순회하는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쇄신해야 한다”며 당의 개혁도 줄기차게 주장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혁신의 아이콘이면서 중립적인 안 의원을 놓칠 수 없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이날 혁신위원장 내정 직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Coma·혼수상태) 상태로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지만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며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썼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과 회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안 의원은 이날 오후엔 송언석 위원장을 만나 혁신위 운영 방향과 혁신위원 인선을 논의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가 대선 백서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태스크포스(TF)를 따로 꾸려서 대선 백서를 만들고, 혁신위는 혁신안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처절한 대선 패배를 누구도 평가하고 기록하지 않는다”며 외부 전문가가 주도하는 백서 작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2달가량 운영될 혁신위원은 7~9인으로 현역 의원,원외 당협위원장,외부위원이 각각 3분의 1씩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대위는 이르면 3일 혁신위 구성안을 의결한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용태 의원은 이날 “국민들이 바라는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혁신위가 가까스로 출발 궤도에 올랐지만, 혁신안이 당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혁신위가 내놓은 안건을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지도부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혁신안은 도로아미타불 되기 때문이다. 2024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김기현 당시 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이 총선 불출마 요청을 수용하지 않자 스스로 해산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혁신안 관철을 위해 “최소한 60일의 혁신위 활동 기간이 필요하다. 전당대회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배수진을 쳤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네.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새 당 대표가 혁신안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새 지도부도 다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조서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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