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현판식을 연 2일 본격적인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소환 조사하는 동시에 출국금지 조치에 나섰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전 사단장의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또 이날 오후 2시부터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대구지검에서 채 해병 사망 사건 주임검사였던 임상규 검사가 키를 잡았다. 특검팀은 이날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임 전 사단장이 지난 2023년 7월 19일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 투입된 병력이 수중에서 실종자를 수색한단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구명조끼 등을 지급하지 않고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 공범 피의자들과 공동해 안전 장비 없이 수중 수색 중이던 채 해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단 혐의다. 순직해병 특검법이 규정한 8가지 의혹의 출발점인 채 해병 사망 사건을 되짚으면서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우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이날 임 전 사단장이 채 해병 사망 관련해 기존에 수사기관(경북경찰청·대구지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한 진술을 재검증했다. 그간 임 전 사단장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언론 등을 통해 장외전을 펼쳐왔다. 지난달 26일엔 이명현 특검 사무실을 찾아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채 해병 죽음에 대해 원소속 부대 사단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수중 수색을 지시하지 않았고 작전통제권 없는 제게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특검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하겠다고 하면서도 비밀번호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허위보고 의혹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작전통제권이 없는데도 바둑판식 수색 등 지시해 작전통제부대장 권한을 침해하고, 병력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단 의혹과 채 해병 사망 이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사고 원인을 강둑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잘못 보고했단 의혹이다.
특검팀은 구명 로비 등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의혹이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이날 특검 조사에서 “구명로비를 한 적 없고 내용을 몰라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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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조사 거부, 특검수사 협조할 것”
이날 조사는 임 전 사단장이 심야 조사를 거부하면서 3시간 30분 만에 종료됐다. 임 전 사단장은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업무상 과실치사와 구명로비 의혹 관련해 세부 부분들을 소명했다. 진술할 필요 없는 부분은 진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진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전 수사에서 여러 번 질문받은 부분은 진술하지 않았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임 전 사단장은 “수중 수색 관련해선 앞으로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검 수사에 앞으로도 협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추후 수사의 관건은 임 전 사단장에게 구체적 상황 인식 하에서 위험성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하지 못했던 사정 등이 있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을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경북청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불송치결정서에 ’직권을 남용해 육군 제50사단장이나 제2신속기동부대장의 실질적인 작전통제권을 침해했다거나 예하 병력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부당행위였다고 볼 수 없다’ ‘(임 전 사단장의 행위가) 이 사건 결과 발생에 영향을 미친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검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은 채 해병 사망부터 그에 대한 수사외압 정황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의 당사자다”며 “의혹이 제기된 인물을 모두 부른단 방침이다. 임 전 사단장도 여러 번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현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초한샘빌딩에 차려진 특검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철저하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