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아니었으면 기준금리를 낮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처음 공개 석상에서 ‘관세 탓’이라며 직접 대응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중앙은행 정책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자가 관세가 아니었으면 금리를 더 낮췄을 것인지 묻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관세의 규모와 관세 결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전망치가 상당히 올라간 것을 보고 (인하를) 보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달 금리 인하가 불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배제하거나 못 박지 않겠다”며 “모든 것은 향후 데이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확답을 피해갔다. 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나 규모, 지속성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여름 동안 일부 물가 지표가 더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우리 전망보다 더 높거나 낮을 수 있고, 더 빠르거나 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금리 인하 여부와 관련해 ‘배제하지 않겠다(not off the table)’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다소 완화된 태도”라고 해석했다. 금리 인하를 9월까지 미뤄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Fed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멈춰 세웠다. 지난달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올해 하반기 두 차례 금리 인하(총 0.5%포인트)의 전망을 유지했다.
포럼에서 이 총재는 “현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2%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데, 최근 중국의 수출 가격이 연 5%씩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로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총수요(한 나라 전체의 구매력) 압력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최근 특히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이 매우 빠르게 오르면서 금융 안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할 때 이러한 위험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선 “만약 규제받지 않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할 경우 달러 표시 코인으로의 환전이 훨씬 빨라지고, 이는 우리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