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황의조(33)가 끝내 무적(無籍) 신분이 됐다. 유럽에서의 커리어, 그리고 국가대표로서의 명예마저 가물거리고 있다.
황의조는 6월 30일(이하 한국시간) 자로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알란야스포르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공식 발표는 없었다.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가 7월 2일 기준 황의조를 소속팀 없는 선수로 분류하며 사실상 이별이 확인됐다. 알란야스포르의 공식 소셜 미디어 채널 어디에도 재계약 관련 흔적은 없다.
2024시즌 황의조는 알란야스포르에서 30경기(1,467분)에 출전해 7골 2도움을 기록했다. 임대 이적 직후였던 2023-2024시즌 후반기엔 8경기 1골 1도움. 시즌 막판엔 몸놀림이 가벼워지며 경기력이 올라왔고, 득점 감각도 살아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구단은 함께하지 않기로 했다.
황의조는 일본 감바 오사카를 거쳐 프랑스 보르도에서 유럽 커리어의 전성기를 보냈다. 4시즌간 98경기 29골 7도움을 기록했고, 특히 2020-2021, 2021-2022 두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아시아 출신 스트라이커로서 성공의 벽을 넘어섰다.
그러나 노팅엄 포레스트 이적은 황의조 커리어의 분기점이 됐다. 프리미어리그 무대는 그의 꿈이었지만,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채 임대 생활만 반복됐다. 올림피아코스, FC 서울, 노리치 시티를 거친 후 알란야스포르로 향했지만, 이 역시 단기 임대에 그쳤고 이제는 자유계약 상태다.
문제는 축구 외적인 사안이다. 황의조는 현재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며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 피해자와 지지자들께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사회봉사 20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4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4차례에 걸쳐 피해자 동의 없이 촬영을 했다. 촬영물의 성격과 내용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고, 용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황의조는 1심 판결이 과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항소했다. 최근엔 93페이지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해당 서류를 통해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기둥이 되어야 할 선수"라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축구협회는 2023년 11월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황의조를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겠다"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사법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복귀 역시 쉽지 않다. K리그 클럽들이 황의조를 품기엔 여론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해외 역시 시장성이 크지 않고, 이미지 회복도 요원하다. 결과적으로 황의조는 대표팀, 국내 리그, 유럽 무대 모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한때 보르도의 에이스,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으로 불리던 그는 이제 어디에서도 불리지 않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