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이 메시와 한 무대에 오를 날이 올까. ‘아시아의 왕’ 손흥민과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패권을 두고 격돌하는 초대형 시나리오가 꿈틀대고 있다.
영국 'BBC'는 2일(한국시간)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와의 계약 연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계약은 12월 만료되지만, 연장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고, MLS 내부에서는 메시의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거센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메시는 마이애미에 남아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메시는 이미 인터 마이애미의 상징과도 같다. 2023년 입단 이후 MLS와 리그스컵을 포함해 50골 이상을 터뜨렸고, 최근 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수준 높은 프리킥 골로 존재감을 뽐냈다. 리그 전체가 메시 잔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MLS는 월드컵을 앞두고 흥행의 중심축이 필요하고, 메시를 잃는 순간 리그 브랜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공존한다.
그리고 이제, 손흥민의 이름이 그 옆에 오르기 시작했다. 토트넘과의 계약이 2026년 여름에 종료되는 가운데, 손흥민의 다음 행보가 미국 무대일 수 있다는 분석이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 본인이 MLS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토트넘은 그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미국행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동안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로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강하게 거론됐다. 알 아흘리, 알 나스르, 알 카디시야가 총 9000만 유로(약 1426억 원)에 달하는 3년 계약을 제시하며 그를 유혹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금전보다 가치 있는 ‘마지막 무대’에 대한 고민이 손흥민의 선택지를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MLS는 손흥민에게 딱 맞는 무대일 수 있다. 템포나 피지컬이 프리미어리그보다 느리기 때문에, 속도나 체력 저하 우려도 적다. 실제로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에서 가장 결정적인 공격 옵션이다. 지난 시즌 20골 6도움을 기록하며 클럽 내 득점 1위를 차지했고, EPL 전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런 손흥민이 MLS로 향할 경우, 메시와 함께 리그의 얼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흥미로운 연결고리도 있다. 손흥민의 첫 트로피를 안겨준 사령탑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미국 LAFC의 차기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테코글루는 유로파리그 우승 후 16일 만에 전격 경질됐고, MLS의 공격 축구 철학에 딱 맞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감독과 제자의 재회 가능성이 손흥민의 미국행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MLS는 최근 수년간 폭발적인 투자로 성장 중이다. 메시뿐 아니라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수아레스 등 스타들이 집결하고 있다. 손흥민까지 합류한다면 리그 브랜드는 단숨에 월드컵 전초전급으로 격상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손흥민 역시 북중미 월드컵 준비에 있어 현지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MLS는 매력적이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 신임 사령탑 토마스 프랭크 감독과 거취를 논의할 예정인 상태다. 영국 'TBR 풋볼'은 "프랭크는 손흥민의 이적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두 사람은 프리시즌 복귀 이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MLS로 향한다면 역대 9번째 한국인 MLS 선수가 된다.
손흥민 앞엔 이미 홍명보, 이영표, 황인범, 김문환 등 선배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손흥민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상징적인 존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유럽에서 정상급 한국인 선수가 MLS에 간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그의 등장 하나만으로 리그의 주목도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월드컵의 땅' 북미에서 펼쳐질 거인들의 결투. 리오넬 메시 vs 손흥민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