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의회가 서커스장이냐"…무지개 깃발 반대
퀴어축제에 의회 직원 참가 금지…극우 득세에 곳곳 충돌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유럽 곳곳에서 성소수자 축제가 열리는 가운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의회에 무지개 깃발을 거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6일(현지시간) ARD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연방의회는 아무 깃발이나 걸 수 있는 서커스장이 아니다"라며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5월17일을 제외하면 독일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만 게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율리아 클뢰크너 연방의회 의장은 베를린에서 퀴어축제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가 열리는 오는 26일 의회에 성소수자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걸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독일 의회는 2022년부터 베를린 CSD 행사 날 무지개 깃발을 게양했다. 그러나 중도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해 2월 총선에서 제1당에 올라 의장 자리를 차지한 뒤로 방침이 바뀌었다.
클뢰크너 의장은 앞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이유로 연방의회 직원의 CSD 참가도 금지한다고 말했다가 진보 진영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녹색당과 좌파당 의원들은 지난달 26일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의회에 출석해 의장에게 항의했다. 녹색당 스벤 레만 의원은 클뢰크너 의장이 극우 세력과 문화전쟁에서 굴복했다며 "성소수자 혐오성 폭력과 극우의 CSD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회도 연대의 뜻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뢰크너 의장이 권한을 남용했다며 의회에 무지개 깃발을 허용하라는 청원에는 약 22만명이 서명했다.
극우가 갈수록 득세하면서 올해 퀴어축제 시즌 독일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브란덴부르크주 바트프라이덴발데의 다양성 축제 행사장에서 복면 괴한들이 참가자들을 때려 2명이 다쳤다. 작센안할트주 베르니게로데에서는 CSD 퍼레이드를 앞두고 "무기와 총알 70발을 갖고 있다"며 공격을 예고한 20대 남성을 경찰이 수사 중이다. 베를린 CSD 행사 날에는 청년 네오나치 단체가 '맞불 행진'을 신고했다.
우파 포퓰리스트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극우 피데스당은 퀴어축제 '부다페스트 프라이드'를 금지 행사로 지정하고 참가하면 벌금을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행진 참가자는 이전 최다 기록 3만5천명의 6배에 가까운 20만명에 달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100만명 넘게 참가하는 독일 최대 퀴어축제 쾰른 CSD는 오는 4∼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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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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