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1(리그 앙)의 전통 강호 올랭피크 리옹이 30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이글 풋볼 그룹 회장이자 구단 이사였던 미셸 강을 리옹 CEO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그녀는 리옹 남자 구단의 회장직도 맡게 됐다.
이로써 대한민국 출신의 여성 사업가 미셸 강은 프랑스 축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구단 중 하나인 리옹을 이끄는 최초의 여성 회장이 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다름 아닌 리그 잔류를 위한 ‘절체절명’의 사투다.
리옹은 현재 약 5억 유로(한화 80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부채로 인해 프랑스 축구협회 산하 재정감독국(DNCG)으로부터 2부 강등 처분을 받은 상태다. DNCG는 리옹에 최소 1억 7500만 유로(약 2800억 원)의 자본 확충을 명령했으며,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강등이 확정된다.
기존 구단주였던 미국 투자자 존 텍스터는 선수단 정리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그는 구단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이제 리옹의 생존 여부는 미셸 강의 손에 달렸다.
리옹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셸 강은 앞으로 DNCG에 대한 항소 절차를 주도할 예정이며, 구단은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중대한 전환점에 선 리옹을 위해 그녀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1959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미셸 강은 서강대 재학 중 미국 유학길에 올라 IT 및 의료 산업계에서 창업가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후 미국 워싱턴 스피릿(NWSL),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여자 챔피언십),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여자부) 등 여성 축구계를 중심으로 축구 산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포브스’ 기준 그녀의 재산은 약 12억 달러(한화 약 1조 6천억 원)로 추정되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여자 축구 구단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를 잉글랜드 슈퍼리그(1부 리그)로 승격시키며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제 그녀의 도전은 남자 축구 무대에서도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축구 명문 리옹의 생존을 걸고 DNCG와 맞붙는 항소전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미셸 강은 구단 발표를 통해 “우리는 매우 중요한 순간에 와 있다. 리옹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DNCG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구단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리옹의 재정 문제에 따라 뜬금 없이 PL의 크리스탈 팰리스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바로 리옹의 구단주 존 텍스터가 크리스탈 팰리스의 구단주였기 때문. 리옹의 재정 문제가 커지면서 덱스터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지분 43%를 매각하고 그 돈을 리옹에 투자하려고 했으나 아직 UEFA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다.
UEFA는 리옹의 항소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영국 '더 선'은 "UEFA는 리옹의 항소에 대한 결과에 따라 팰리스의 유로파리그 참가를 확정할 것이다. 구단 관련 보유 규정에 따라서 만약 팰리스가 리옹과 동일 구단주 덱스터 소유하에 지난 시즌을 보냈다고 판단되면 팰리스도 징계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선은 "팰리스도 리옹의 문제와 연관된다면 유럽 대회 출전이 금지될 수 있다. 만약 리옹이 재정난으로 리그1서 강등된다면 2025-2026 유럽 대항전서 모두 제외된다. 만약 팰리스도 덱스터와 동일 구단주로 판단된다면 자연스럽게 마찬가지로 징계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