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용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가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고리1호기가 40년간 생산한 전력은 총 1560억㎾h로, 이는 부산시 전체가 8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실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원자력 시설의 해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서울 공릉동 ‘TRIGA MARK-II’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기반기술, 산업통상자원부는 실용·핵심기술 중심으로 지난 10여년간 기술 개발과 확보에 전념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계는 1970년대부터 대규모 상업용 발전을 시작해, 비교적 최근까지도 원자력 발전의 개발과 이용 등 선행 핵주기(Front-End Nuclear Cycle)에 집중해 왔다. 미국·영국 등에서 상용 원전 또는 군사용 핵시설에 대한 일부 해체 경험을 제외하고는 상업용 원자력 시설에 대해서는 해체 시장이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리1호기 해체 사업은 대형 상업용 원자로에 대해 해체를 실증한다는 상징성과, 곧 펼쳐질 해체 시장에 시사하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 전 세계적으로 노후 원전 해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조사기관인 베이트화이트 보고서(Bates White Report) 등에 따르면 전 세계 해체 시장은 50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후행 핵주기(Back-End Nuclear Cycle)의 최종 공정인 해체 과정은 해체 준비를 거쳐 계통제염, 절단, 그리고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로 이어진다. 최종적으로는 환경 복원을 통해 자연 상태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는 그간 과기부와 산업부가 해체를 위한 기술 개발·확보에 전념해 왔다. 현재는 해체 관련 요소기술의 성숙도를 상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려 고리1호기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리1호기 해체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국내 해체 시장의 활성화와 타 산업 분야로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여기에다 신규 사업 진출 시 트랙 레코드를 중시하는 원자력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해외 진출 때도 ‘수주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리1호기의 해체는 원전 건설과 운영을 넘어 해체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 원자력 기술 역량을 제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체코 원전 이후 후속 원전 수출에도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