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길이고 오만은 스스로 죽음을 부르는 길이다. 오만은 남 눈의 티끌은 지적하면서도 제 눈의 들보는 보지 않는 데에서 시작된다. 오만은 원망을 낳고, 원망을 받는 자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왕도 백성의 원망을 사서 자리에서 쫓겨나 죽음에 이른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한때 우리 사회에는 ‘내 탓이오!’ ‘네 덕, 내 탓’이라는 말이 캠페인처럼 유행한 적이 있다. 자동차 뒷면 유리창에 써 붙인 사람들도 많았다. ‘내 탓’으로 돌리는 사례가 많은 겸손한 사회가 곧 평화롭고 아름다운 사회라는 국민적 인식이 자발적으로 그런 캠페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번 그런 캠페인이 일어나야 할 때이다. 정치판에서부터 ‘남 탓’ 풍조를 일소하고, 자책을 두텁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국민들도 정치란 으레 하는 책임 전가 싸움이라는 타성적 인식과 양비론의 절망에서 벗어나 ‘탓’과 ‘덕’을 바르게 판정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 즉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남 대하기는 봄바람처럼”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인들부터 솔선하여 “자책은 두텁게, 남 책망은 얇게”라는 공자의 말을 실천해야 진정한 새 시대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