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에 열을 가하면 바깥은 맛있는 갈색 색상으로 변화하며 좋은 향이 나기 시작한다. 고기가 익어간다는 증거다. 그러나 동시에 열에 의해 고기에서는 빠르게 수분 손실이 일어난다. 고기는 무엇인가? 고기는 근육이다. 단백질 덩어리인 근육은 근섬유로 가득 차 있는데, 근섬유는 열에 의해 변성되며 수축한다. 그러면 근섬유가 붙들고 있던 수분을 포함한 다양한 성분들은(흔히 육즙이라고 불리는) 분출되어 빠져나간다. 열을 계속 가하면 퍽퍽해진다.
시중 돼지갈비는 식용 모조품
‘미트 글루’ 사용, 대법원이 용인
볼품 없는 쪽갈비가 진짜 갈비
열 변성에 의한 퍽퍽해짐 현상은 순 살코기만 있는 부위에서 더 빠르게 일어난다. 반면 결합 조직이라고 불리는 뼈·관절 등을 감싸고 있는 부위에는 콜라겐이(미용의 목적으로 자주 활용하는 그 콜라겐이 맞다) 많이 분포하고 있어 가열에 의한 퍽퍽해짐이 천천히 일어난다. 콜라겐은 열이 가해지면 젤라틴화되며 주변의 수분을 꽉 잡는 성질이 있어 수분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고기일지라도 동시간 가열하면 뼈가 있는 부위의 고기가 더 촉촉하다.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더 좋아하는 분들은 열에 의해 젤라틴화 된 콜라겐을 즐기는 이들이다.
닭가슴살, 소 안심, 돼지 안심과 같은 부위는 전형적인 살코기 부위이다. 부드럽지만 열을 가하면 빨리 퍽퍽해진다. 반면에 닭 다리, 소갈비와 같은 부위는 결합조직이 발달한 부위다.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뜯으면 특유의 경쾌한 식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는 돼지갈비에서 발생한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갈비는 진짜 돼지갈비가 아니라 결합조직 특유의 식감을 즐길 수가 없다.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갈비는 허망하게도 모든 살이 제거된 빈 갈비 뼛조각에 목살이나 앞다릿살을 식용 ‘미트 글루(Meat glue)’로 붙인 모조품이다. 세상에 이런 사기가 어디에 있나 싶겠지만 이는 2005년 대법원 판결에 의한 것으로, 요지는 ‘지금까지 이것이 관행이었으므로 돼지갈비 뼛조각에 다른 살을 붙여서 돼지갈비로 판매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는 모조품이 합법적으로 돼지갈비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제대로 된 국내산 돼지갈비를 맛본 경험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원래 돼지갈비에 붙어 있던 갈빗살은 도대체 어디로 가 있을까? 사라진 돼지 갈빗살은 실은 삼겹살의 일부로 정형되어 삼겹살로 함께 구워진다. 삼겹살에서 동글동글한 연골이 있는 부위 인근이 갈빗살이 붙어 있는 지점이다. 우리의 삼겹살은 갈빗살을 볼모로 잡아 맛있음을 한껏 더 뽐내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선 삼겹살이 최고 선호 부위이다 보니, 삼겹살의 양을 최대로 늘이기 위해 갈빗살은 삼겹살에 끌려간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돼지갈비를 포기한 전 세계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다른 나라에선 돼지갈비 부위만 따로 정형해서 별도의 부위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 립(Back rib) 바비큐’가 그런 메뉴다. 물론 수입산이며, 국내산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삼겹살 정형 작업 중에 돼지의 머리 쪽에 가장 가까운 쪽의 짧은 갈빗대 3, 4개 정도는 따로 떼어내게 된다. 이 부위는 쪽갈비라는 불리는데, 상대적으로 볼품없이 생긴 부위이긴 하지만 결합조직 특유의 식감을 가진 돼지 갈비임은 분명하다. 쪽갈비는 돼지 한 마리에서 적은 양이 생산되고, 부위의 형태가 다루기가 어려워 이를 별도의 메뉴로 다루는 식당이 드물게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도 진짜 국내산 돼지갈비를 즐길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푸드로드’에서는 국내산 돼지갈비를 맛볼 수 있는 단골 식당 리스트를 대놓고 알려드리고자 한다.
제주 연동에 위치한 ‘참돼지’에서는 쪽갈비 구이, 그리고 쪽갈비를 무와 함께 메밀 전분을 듬뿍 풀어 시원하게 끓인 탕을 맛볼 수 있다. 신용산역 인근에 있는 ‘백랑’에서는 맑은 돼지국밥과 함께 매운 쪽갈비 구이를 판매하고 있다. 식탁 위 불판에서 직접 굽는 방식이 아닌 주방에서 요리를 하여 접시에 올려 낸다. 마포 ‘성산왕갈비’에서는 쪽갈비와 덧살을 함께 정형하여 굽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광주를 중심으로 20여개의 매장이 있는 ‘머시기 쪽갈비’에서 판매하는 쪽갈비는 실제로는 등갈비다. 국내산 등갈비를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머시기 쪽갈비’는 좋은 선택지다. 족발을 수평으로 얇게 잘라서 굽는 족구이도 뼈에 붙은 고기로 그곳의 추천 메뉴다. 신림동 지점에는 쪽갈비도 제한된 수량으로 맛볼 수 있다. 제주 ‘태선갈비’도 양념 돼지 등갈비로 유명한 노포다.
장기적으로는 농식품부와 축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나서서 모조품 돼지갈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국내산 돼지갈비의 맛을 더 많은 국민들이 아는 것부터가 그 시작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