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소위 ‘도카라 법칙’이란 말이 있다. 규슈 남부의 도카라 열도에 지진이 많아지면 큰 지진이 온다며 sns상에선 일종의 전조 현상처럼 받아들인다. 6월 21일부터 7월 2일까지 진도 1 이상 지진이 무려 906회 발생했는데, 평상시 2배 이상이라고 한다.
7월 일본에 대재해가 올 것이란 한 만화책의 예언도 기성 언론들이 다룰 정도로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일본 정부가 100~150년 마다 일어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30년 이내 80% 정도’로 상향하면서 대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한 바 있는데, 예언설이나 도카라 법칙은 기름을 부은 측면이 있다.
지난 달 시코쿠(四国) 고치(高知)현을 찾아 마을 단위에선 지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취재했다. 난카이 해곡과 인접한 고치현은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역사적으로 쓰나미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때문에 일본에서 쓰나미 대피 시설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구 2000명인 타네자키(種崎) 마을에는 대피 시설이 총 4개가 있는데, 대피소들은 하나같이 배를 본따 좁고 길게 생겼다. 쓰나미 물살을 갈라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다. 평소에는 마을 회관처럼 쓰이는데 1층엔 동네 노인들이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2층은 조리실과 병실 등이 갖춰져 있었고 3층은 본격적인 대피 생활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간이 화장실을 1만2000개 갖추고 있었고, 창고에는 주민들이 각자 쟁여둔 비상식량이 가득했다. 마을 회장인 구로다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 방재 의식”이라며 “연 1회 훈련 외에 마을 사람들끼리 야유회에서도 훈련과 관련된 게임을 하는 등 준비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더 큰 쓰나미에 대비한 ‘피난 타워’를 짓는 곳도 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피난 타워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 구로시오(黒潮)의 한복판에 솟아 있다. 건물 8층 높이의 철골구조로 주차타워처럼 생겼다. 물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건물 8층 높이의 타워는 슬로프와 계단을 확보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토다(85)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건물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운동을 하는 중이냐고 물으니, 비상시를 대비해 일주일에 세 번, 7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일인데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곤 아직 한 번 남았다고 하더니 다시 피난 타워를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