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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폐 아동에 희망 준 BTS 슈가의 선한 기부

중앙일보

2025.07.02 08:24 2025.07.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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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직 변호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의 최근 선행이 큰 화제다. 그는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오티즘)를 가진 아동·청소년을 위한 전문 치료센터 설립을 위해 연세대 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에 50억원을 기부했다. 필자 주변의 많은 분이 따뜻한 기부 소식을 주변에 속속 전파했다.

이번 기부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포함한 연세의료원을 통틀어 연예인이 기부한 역대 최고액이다. 자폐를 비롯한 아동·청소년 정신 질환의 종합 치료 및 연구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슈가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은 월드 스타다. 음악으로 아동·청소년이 정신질환을 치유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고, 발달 장애가 있는 지인과의 교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적 재능과 역량을 통해 자폐성 장애 아동을 돕는 길을 모색해 왔다는 소식이다. 자폐성 장애인 가족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준 선행에 박수를 보낸다.

50억 쾌척, 치료·연구에 활용키로
인식 개선과 법·제도 변화 기대
정부, ‘장애인위원회’ 신설 필요

대중문화의 힘은 실로 크다. 40여 년 전 필자는 아들이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당시 의사인 아내와 함께 이 질환을 하나씩 공부했다. 가족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가 관심을 갖게 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후 감동적 영화 ‘말아톤’이 흥행한 것이 계기가 되면서 자폐에 관해 관심을 갖는 뜻있는 시민들이 함께 모였다. 이렇게 해서 2006년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창립했다. 최근엔 ENA 채널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되면서 오티즘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과 희망이 사회적으로 강하게 조명되는 계기도 있었다.

한국에는 현재 약 30만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다. 이들 중 약 4만 명이 자폐성 장애인으로 추정된다. 모든 장애가 힘들지만, 오티즘은 특히 가족의 지원이 절실하다. 동시에 비장애 가족들이 받는 심리적·정서적 스트레스도 상당하기에 이런 가족들에게도 위로와 지지, 그리고 연대를 통한 동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폐성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행사를 기획하려고 많은 전문가·자원봉사자·후원자들과 함께 해마다 더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매년 4월 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자폐인의 날’이다. 올해는 자폐성 장애인을 향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실천하는 날로 삼아 행사를 진행했다. 사회 각계가 협력하고 자폐성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며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우리가 모두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포용 사회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BTS가 세계 최고 수준의 아티스트 그룹이기에 이번 슈가의 기부에 팬들도 함께했다. 선한 영향력의 힘을 실감했다. 슈가가 천근아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와 함께 진행하는 아동·청소년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 이름은 ‘마인드’(MIND=Music·Interaction·Network·Diversity)다. 음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오티즘 장애 아동과 가족·자원봉사자, 그리고 오티즘 공동체 전체에 사랑과 지지의 노래를 선물하는 의미로 느껴진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이 있을 때마다 반짝 관심에 그쳐 아쉬웠다. 이번 슈가의 기부를 계기로 질환 원인에 대한 연구와 치료, 지속해서 보듬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음악·미술·체육 등 다양한 예술과 스포츠 활동을 통해 치유와 성장을 경험하고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가 자폐성 장애인에게 맞는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 실질적 정책 개선에 힘써 주길 건의한다. 새 정부가 장애인 정책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대통령 직속 ‘장애인위원회’를 만들어 한국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제도적 변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감동적 선행을 실천한 슈가와 팬들에게 오티즘 공동체를 대표해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직 변호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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