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예수의 생애를 다룬 장대한 스토리가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 됐다. 누군가에겐 익숙하고, 또 누군가에겐 낯선 이야기가 뛰어난 기술력과 만나 우리를 단숨에 2000년 전으로 끌어들인다.
영화 '킹 오브 킹스'(감독 장성호)는 영국의 뛰어난 작가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와 함께 2000 년 전 가장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다.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문호 찰스 디킨스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미공개 원고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킹 오브 킹스'는 성경만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예수의 탄생과 부활까지의 과정을 그리지만, 영화의 시작은 찰스 디킨스의 낭독회로부터 출발한다. 찰스 디킨스는 막내아들 월터와 고양이 윌라가 말썽을 피워 낭독회 무대를 망치자 크게 분노한다. 서로에게 감정의 응어리가 남은 상황에서 찰스의 아내 캐서린은 찰스가 써둔 원고를 보고 그에게 해당 이야기를 월터에게 들려줄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찰스는 월터에게 '우리 주님의 생애'를 직접 들려주기 시작한다.
이렇듯 '킹 오브 킹스'는 영화 안에 '우리 주님의 생애'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 액자식 구조로 진행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옛날 이야기에 중간중간 찰스와 월터 부자의 서사를 더해 한층 더 풍성한 구성을 완성시켰다. 작품의 제작, 각본, 감독까지 도맡은 장성호 감독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은 타겟층을 더 넓히기 위함이었다. 자칫하면 그저 단순한 '기독교 영화'에 그칠 수 있는 소재에 찰스와 월터의 갈등과 해소라는 서브 스토리를 더함으로써 '가족물'로 탈바꿈 했다.
[사진]OSEN DB.
이는 결과적으로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작품에 접근하는 진입장벽을 한층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종교가 없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성경의 내용이 다소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거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수도 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차 가까워지는 찰스와 월터, 윌라의 관계에 집중한다면 쉽게 이야기를 따라갈수 있을 터. '월터'가 실제로 22세에 요절한, 찰스의 네 번째 아들의 이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을 알고 본다면 더욱 이들의 관계성이 애틋하게 다가올 것이다.
소재 특성상 '킹 오브 킹스'에는 전반적으로 성서적 메타포가 포진돼 있다. 종교인이라면 요소요소를 찾아보는 재미, 종교에 어둡더라도 일상속에 익히 녹아든 '성경 밈(meme)'을 한번이라도 접해본 적 있다면 그에 해당하는 장면이 등장할때마다 뜻밖의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포인트 중 하나다.
'킹 오브 킹스'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기술력이다. 장성호 감독은 2015년에 기획을 시작해 1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공들여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시사회에서 "기술적인 성과 면에서도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역대 최고 퀄리티일거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티켓값아깝지 않은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라 생각한다"고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던 바.
[사진]OSEN DB.
30여 년간 VFX에서 활동한 장성호 감독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김우형 촬영감독과 협업해 실사 영화 수준의 퀄리티와 촬영 기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애니메이션같지 않은 섬세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을 구현해 냈고, 5차례의 재촬영과 편집, 리뷰를 거치며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흔히 갖고 있는 한국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물은 물론 사막부터 거센 파도가 치는 바다까지 할리우드 못지 않은 정교한 그래픽은 높은 물입감을 선사하며 장성호 감독의 '이유 있는 자신감'을 설명해준다.
다방면에서 심혈을 기울인 만큼 '킹 오브 킹스'는 지난 4월 북미 개봉 후 누적 수익 6,030 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1 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아시아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역대 북미 흥행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에 더해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 98%, 시네마스코어 A+까지 높은 만족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입증하기도 했다.
연기력이 보장된 명품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보이스 액팅도 이목을 끈다. 국내 개봉하는 '킹 오브 킹스'는 이병헌, 진선규, 이하늬, 양동근, 차인표, 권오중, 장광 등 인기 배우들이 주요 캐릭터들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귀마 역으로 더빙실력을 인정받은 이병헌은 '킹 오브 킹스'에서 찰스 역으로 이야기 전반을 이끌어간다. 진선규는 예수로 분해 그간 매체에서 보여준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또 다른 자애로운 연기를 선보였으며, 여기에 이하늬는 찰스의 아내 캐서린부터 성모 마리아, 천사 역까지 1인 다역을 전문 성우 못지않은 실력으로 완벽히 소화해냈다.
현재 '킹 오브 킹스'는 북미를 비롯한 50개국에서 상영 중이며, 연말까지 90개국 이상으로 확대 상영될 예정이다. 이미 흥행성과 작품성을 입증한 '킹 오브 킹스'가 국내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으며 글로벌 K-애니메이션으로서의 열기를 이어갈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