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의원 43명이 한국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해당 사안을 무역 협상에서 해결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양국 간 무역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공화당 소속 에이드리언 스미스(네브래스카)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과 캐럴 밀러(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한국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미국 디지털 기업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을 요구했다.
스미스 의원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서한에서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전 윤석열 정부에서도 추진됐던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법안이 지나치게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하고 이재명 정부가 수용한 법안은 미국 디지털 기업들에 강화된 규제 요건을 적용해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은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며, 이질적인 법적 기준을 통해 미국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법안이 중국의 주요 디지털 기업인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미국 기업만을 과도하게 겨냥해 결과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한국 정부가 오랫동안 보호주의적 경쟁법을 활용해 왔다며, 공정위가 새벽 현장조사 등 공격적인 집행 수단을 동원하고, 일반적인 산업 관행에 대해 형사 고발을 예고하는 등 미국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부가 무역 협상에서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을 겨냥한 외국의 차별적 조치를 제거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서한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에게 전달됐으며, 영 김 의원 등 공화당 하원의원 41명이 공동 서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 재계와 미 상공회의소가 제기해온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여당 소속 의원 43명이 집단적으로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 정치권이 자국 디지털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의 규제 정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캐나다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세 부과 방침을 이유로 무역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디지털 규제를 심각한 무역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한 발송에 앞서 스미스 위원장과 밀러 의원은 지난달 25일 워싱턴DC를 방문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밀러 의원은 한국이 플랫폼법 등을 통해 미국 디지털 기업에 차별적 규제를 가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무역법 301조 조사, 한미 FTA 내 분쟁 해결 절차 등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도 최근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