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무장관 거취 혼란 속 '눈물'까지…국채금리 급등
'지출 감소' 복지개편안 진통
스타머, '재정준칙 강조' 장관 신임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추진해온 지출 축소 등 복지개편안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전장 대비 0.16%포인트 오른 4.61%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국채 시장이 요동쳤던 4월 초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상승률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 중 한때 4.6296%까지 찍었으며, 대규모 감세안을 내세운 리즈 트러스 내각의 '트러스노믹스'로 채권 시장이 발작했던 2022년 이후 가장 급격한 채권 매도세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도 달러 대비 0.9%, 유로화 대비 0.7% 하락했다.
영국 국채 시장 불안은 스타머 내각의 복지개편안 추진과 관련 있다.
이 법안은 장애인과 장기질환자를 위한 복지 수당을 대폭 삭감해 50억 파운드(9조3천억원) 규모 예산을 절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내 반발 속에 일부 삭감을 신규 신청자부터 적용하기로 하는 등 원안보다 후퇴한 채 하원 표결에 부쳐졌고 지난 1일 하원 2차 독회에서 찬성 335표 대 반대 260표로 의회 첫 관문을 힘겹게 통과했다. 노동당 의원 400여명 중 49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다음날인 2일 스타머 총리가 하원 총리질의(PMQs)에서 재정 준칙을 강조해온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거취를 묻는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뒤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FT는 리브스 장관이 심란한 모습으로 의회에 들어와 스타머 총리 옆자리에 앉았으며, 스타머 총리가 자신의 거취 질문에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자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후 스타머 총리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진화에 나섰다.
스타머 총리는 리브스 장관이 의회에서 눈물을 닦는 것처럼 보였다는 질문에 "이번 주 발생한 일과 무관하다"면서 "그가 오랫동안 재무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 리브스 장관이 심란해 보인 것은 정치와 무관한 개인적 일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스타머 총리 측은 이미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만큼 "총리가 매번 이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스타머 정부는 이번에 정치적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복지 개편 대폭 후퇴로 목표했던 국가재정 개선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마이크 리델은 리브스 장관 교체 시 정부의 재정 준칙이 흔들리고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리브스 장관의 눈물을 사임 가능성과 연관 짓는 시장 반응과 관련, 한 보수당 의원은 "영국 역사상 가장 비싼 눈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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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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