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손흥민(33)이 더 이상 토트넘의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 신임 사령탑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내놓은 첫 번째 메시지는 단호했다.
토트넘 전문기자 알라스데어 골드는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과 직접 면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프랭크는 손흥민이 팀에 남는다면 선발이 아닌 조연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이적을 원할 경우 구단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즉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을 다음 시즌 주전 계획에서 제외한 것이다. 토트넘의 상징이자 주장인 손흥민에게 선발 자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이 선언은 ‘이적을 고려하라’는 우회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북런던에 입성한 이후 두 번째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팀의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PL에서만 100골 이상을 기록한 그는 아시아 최고 공격수이자 토트넘의 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7골-9도움은 기대에 못 미쳤고 9년 연속 10골 달성도 끝내 무산됐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이 사라졌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프리미어리그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주장이었고 여전히 팬들의 지지는 두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임 프랭크 감독은 과거보다 미래를 선택했다. 세대교체를 예고한 프랭크는 구단 재정과 스쿼드 구조조정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손흥민의 이적을 최적 해법으로 삼은 셈이다.
실제로 토트넘 내부에선 손흥민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가 거론되고 있다. 풋볼런던이 최근 진행한 팬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7%가 “손흥민을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그가 중동행을 택할 경우 토트넘은 최대 9000만 유로(1426억 원)의 이적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새로운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이적설이다. 현재 MLS에서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등 월드클래스 스타들이 활동 중이다. 손흥민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은 현재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으며 엔지 포스테코글루 전 감독 역시 LAFC의 새 감독 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두 감독 모두 손흥민과 인연이 깊고 미국의 아시아계 인구와 상업적 기반까지 고려하면 ‘미국행’은 은퇴 이후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카드다.
변수는 하나 남아 있다. 바로 ‘쿠팡플레이 시리즈’다. 토트넘은 오는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경기를 치른다. 주최 측과의 계약에는 손흥민이 경기에 결장할 경우 토트넘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적 여부는 이 경기를 전후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프랭크 감독의 구상 속에서 손흥민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다. 주전 경쟁도 아닌 ‘조연’ 통보는 사실상 작별 선언에 가깝다. 이제 공은 손흥민에게 넘어갔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