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훈이형! 오지랖은 쓸데없이 넓은 게 머리는 나빠서,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만 아는 인간이니까!”
지난달 2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 공개 이후, 시즌1(2021년 공개)의 조상우(박해수)가 답답한 성기훈(이정재)에게 뱉은 대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리즈를 관통해 이어진 성기훈의 오지랖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많은 희생을 낳았다.
시즌2에선 게임 관리자에 맞서는 소규모 군대를 조직했다가 혼자 살아 돌아왔고, 시즌3에선 게임장을 쫓기 위해 배에 오른 동료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김준희(조유리)에 아이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에는, 아이를 위협하는 인물들을 본인 손으로 처단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대책 없는 이상주의자의 오지랖이 더 큰 비극을 불렀다’며 성기훈의 행동과 선택들을 답답하게 바라봤다.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성기훈으로 살면서 ‘나는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개인적 질문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결국 사람은 잘 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면 성기훈 입장에서 잘 죽는다는 건 ‘양심의 가책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또 황동혁 감독에게 성기훈이 살아나가는 해피엔딩도 들은 적이 있다면서 “여러 버전 엔딩을 고민한 끝에 지금의 마무리로 잘 선택하신 것 같다. 시즌을 더 끌어가면서 유명세를 누리는 것 보다, 강력한 엔딩으로 메시지에 집중하는 결말이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놀라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시즌1부터 5년 넘게 연기한 성기훈을 떠나보내는 소감은.
A :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 캐릭터에 푹 빠져있던 시간이 워낙 길었기 때문에 시원한 마음보다는 아쉽다는 감정이 크다. 성기훈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Q : 시즌2~3를 찍으며 다이어트를 했다고.
A : “이렇게 큰 사랑과 지지를 전 세계적으로 받은 것은 처음이라 무엇이든 더 하려고 했다. 그 무엇 중 하나가 성기훈의 외형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즐거운 회식도 마다했고, 점심시간 밥차도 먹지 않았다. 식단을 준비해주시는 분께 다른 것은 하실 것 없고, 그날 나오는 채소만 쪄서 달라고 부탁했다. 초반엔 그렇게 세 끼를 먹었고, 마지막 장면을 찍는 두 달 전부터는 한 끼를 세 번에 나눠 먹었다. 10kg 정도 점차 살을 뺐다.”
Q : 신생아 모습을 한 인형과의 촬영은 어땠나.
A : “무게와 사이즈를 정말로 신생아 사이즈로 제작한 인형이었다. 처음 인형을 받아들고는 어색했다. 일주일 같이 찍으니까 묘하게 정이 들었다.”
Q : 시즌2의 “얼음~”에 이어 강대호(강하늘)를 노려보는 밈이 생겼더라.
A : “나도 즐기면서 보고 있다. 그 장면에서 성기훈의 여러 가지 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살면서 명백한 본인 잘못임에도 남에게 떠넘기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성기훈은 그 잘못을 강대호에게 떠넘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거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성기훈은 이후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Q : 마지막 대사 “사람은…” 뒤에 어떤 말이 이어질 것 같은지.
A : “사람은 누구나 다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성기훈이 죽을 때 유리 너머 VIP가 보고 있었다. VIP가 아니라고 해서 목숨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지 않나. 그걸 알려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Q : 호불호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 “사실 모든 작품에 호불호가 있다. 황 감독도 다수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을 거다. 그런데도 이렇게 마무리한 것은 작가주의 관점이지 않았을까.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좋았다, 싫었다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Q : ‘오징어 게임’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A : “예전엔 할리우드 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 가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꿈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해외에 가면 신기할 정도로 알아봐 주신다거나, 한국 콘텐트 전반에 관심이 많다는 외국인도 많다. 앞으로도 많은 문화권에서 쉽게 이해하고 재밌게 볼 내용과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성공을 기대한다기보다 계속해서 시청자 폭을 넓힌다는 의미다. 그건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꾸는 꿈이다.”
Q : 차기작에 부담이 생기진 않는가.
A : “성공했던 작품과 성공하지 못한 작품을 비교하면서 살 수 만은 없다. 지금 하는 일에만 만족하고, 촬영 중인 드라마 ‘얄미운 사랑’을 어떻게 하면 완성도 있게 찍을까 그런 고민만 한다. 여러 작품 제안도 들어와서 고민 중인 작품도 있다.”
Q : 감독으로서의 차기작은.
A : “써 놓은 시나리오도 있고, 내가 연출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내서 제작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영화 시장이 어렵다는데,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의 소재는 무엇이고 그러한 시나리오는 무엇인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고민을 깊게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