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체제 하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 인사가 한 말이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NSC 기능이 약화되면서 혼란을 틈 타 외교·안보 부처 간에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나할 투시 외교담당 선임기자는 2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해당 인사의 발언을 소개하며 “루비오 체제 하에서 각 정부 부처의 정책과 메시지를 조율하는 NSC의 핵심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마이크 월츠 전 NSC 보좌관을 경질하면서 NSC는 루비오 국무장관이 NSC 보좌관을 대행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후 NSC 구성원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인원은 100명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NSC가 주관하는 각종 부처 간 회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NSC 고위 국장들과 각 부처 차관보들이 모이는 정책조정위원회(PCC)의 경우, 이전에는 국장급들이 자유롭게 소집했으나 현재는 루비오의 승인을 얻어야 열린다.
투시는 “PCC와 고위급 회의가 제한되면 상당한 외교 업무가 이루어지지 않고, 아이디어들이 무시되며, 작은 위기들이 방치되어 점점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NSC 역할이 선제적인 예방보다 사후적인 대응에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NSC가 주요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서 소외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방부가 미국이 2021년 영국·호주와 결성한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재검토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결된 오커스는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을 호주에 판매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투시에 따르면 해당 결정은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주도한 것으로 NSC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NSC 공무원들은 방치되고 있으며 일부 인사나 일부 기관이 권력 공백을 틈타 영향력을 행사하려드는 구조가 됐다”고 짚었다.
NSC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외국 정상간의 통화에서 배제되거나, 심지어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제외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투시는 “루비오 체제 하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관련 회의는 웨스트윙(백악관 본관)에서 개최된다”고 소개했다. 이 회의에는 루비오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포함한 소수의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만 참석한다. 그는 “이러한 모임은 트럼프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자리”라면서도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우선순위는 제한적이며, 이들은 미국이 직면한 과제들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투시는 “보다 역동적인 NSC 운영 방식은 아래로부터의 검토와 위로부터의 지시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라며 “정부 전반의 인사들이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사안을 이해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함께 검토하며, 협력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체화하는 계획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