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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일각서 '시진핑 권력이상설'…軍·黨 인사변동 등으로 촉발

연합뉴스

2025.07.0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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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군사위 공석 지속·정상회의 불참 등에 관심…美 전직 당국자들도 가세 근거 사례만큼 반례도 많아 판단 어려워…전문가, 분권같은 변화엔 대체로 동의
해외 일각서 '시진핑 권력이상설'…軍·黨 인사변동 등으로 촉발
중앙군사위 공석 지속·정상회의 불참 등에 관심…美 전직 당국자들도 가세
근거 사례만큼 반례도 많아 판단 어려워…전문가, 분권같은 변화엔 대체로 동의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해외 반중(反中) 매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유포돼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련 '권력이상설', '실각설' 등이 최근 새삼 이목을 끌고 있다.
그간 시 주석의 권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주장은 대체로 '파룬궁' 등 해외 반중 성향 단체와 매체들에 국한됐는데, 최근 들어선 미국 전직 외교안보 관계자 등까지 중국발 '이상 징후'를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美일각서 '시진핑 권력이상설' 유포…군부 대립 의혹이 대표적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에서 명확한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공식 서열 6위)와 군부 2인자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사진을 함께 올렸다.
플린 전 보좌관은 2012∼2014년 미국 국방정보국장을 지낸 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안보보좌관에 임명됐으나 내정자 신분으로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25일 만에 사임한 인물이다.
최근 활발히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으나 작년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건 등에서 극우 음모론에 동조했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정치 언급을 자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루 뒤에는 기업에서 일하다 2005∼2009년 주(駐)버뮤다 미국 총영사를 지낸 그레고리 슬레이튼이 미국의 보수 성향 매체 뉴욕포스트 기고문에서 "시 주석의 건강이 나빠 올해 8월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러나거나 순수하게 의례적 직위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을 한 인물들의 중국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들어 시 주석의 권력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에 '근거'가 하나씩 늘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이 존재해온 것도 사실이다.
군부와 당 최고위급 인사 문제가 대표적이다.
시 주석의 신임 속에 국방부장(장관)에 임명됐던 웨이펑허·리상푸가 지난해 잇따라 부패 문제로 실각했고, 중국군 서열 5위 먀오화도 최근 낙마가 확정됐다. 시 주석의 측근으로 꼽혀온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서열 3위)의 숙청설도 나오고 있다.
총 7명으로 이뤄진 중앙군사위에서 3명의 공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중심으로 시 주석 체제에 반기를 든 상황일 수 있다는 관측인 것이다.
당내 문제를 보면 올해 초 중국공산당 인사를 책임지는 중앙조직부장과 대만·비(非)공산당 정파와의 교류를 총괄하는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이 자리를 맞바꾸는 당 수뇌부 인사와 이달 신장위구르자치구 당 서기 교체 등이 주목받았다.
이들 직위 모두 24인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원으로, 통상 정치국원들은 중대한 인사상 문제가 없는 한 보직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당내 권력 투쟁이 진행 중인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밖에도 시 주석이 지난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통상적인 외국 귀빈 접견 장소인 인민대회당이 아니라 최고 지도부 관저가 있는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비교적 '수수하게' 만난 점이나 시 주석이 오는 6∼7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연례 정상회의에 사상 처음으로 불참한다는 점, 국가 주요 사무 결정·집행권을 가진 '당 중앙 의사결정 협조기구'가 신설된다는 점 등도 그의 건강과 권력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 '권력이상설' 근거 잘못된 경우도…"통치 방식에 일정한 변화는 관측"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시 주석의 권력이 불안정하다면 올해에만 세 차례(4월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5월 러시아, 6월 카자흐스탄) 해외 국빈 순방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중국공산당은 오는 9월 3일 열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와 열병식에서 시 주석이 연설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관영매체들은 해외 일각의 '이상 징후' 관측 속에도 시 주석이 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건재를 확인하기도 했다.
중국의 권력이상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 가운데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이 섞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그레고리 슬레이튼은 기고문에서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미중 정상 통화 소식을 전하며 시 주석을 아무 공식 직책 없이 '시진핑'이라 지칭했다며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중국 매체들은 통상 기사 첫머리에만 직책을 쓰고 그 뒤로는 직책을 언급하지 않는다.
작년 말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에 집단지도체제를 옹호하는 실명 논평이 게재돼 시 주석 중심의 군사위 주석책임제(1인 체제)에 군부 내 반발이 존재한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올해 1월에는 같은 신문에 군사위 주석책임제를 강조한 논평이 실리는 등 반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권력이상설'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집권 13년 차를 맞았고 그간의 권력기구 개혁과 반부패 캠페인 '숙청'을 통해 영향력을 다져온 만큼, 지금의 군부와 당의 인사 문제를 '시진핑파'(시자쥔)와 '비(非)시진핑파'의 대립보다는 '시진핑파 내부'의 경쟁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다만 최근 권력이상설의 주요 근거가 됐던 군부 장악력 문제에 관해선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중국군 전문가인 조엘 우스노 미국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INSS)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 주석의 권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 현실들에 의해 (권력이) 제한돼있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국방 전문가 트리스탄 탕은 지난 5월 논문에서 시 주석의 군부 반부패 캠페인이 통제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권력이상설을 부정하는 전문가들도 시 주석의 통치 방식에 일정 범위의 분권 같은 변화가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중국정치 전문가 닐 토머스는 지난달 온라인 매거진 '차이나파일' 논문에서 그간 분야별 영도소조(領導小組·특정 영역의 사무를 총괄·주도하는 조직)를 통해 모든 영역을 장악했던 시 주석이 최근엔 경제 정책 수립을 포함한 일상적 분야를 중앙정치국원들에게 위임 중이고, 핵심 측근인 리창 총리나 허리펑 부총리 등이 시 주석의 통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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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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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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