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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받은 책더미서 26년 만에…조선 후기 ‘농정회요’ 완질본 찾았다

중앙일보

2025.07.03 00:05 2025.07.0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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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최한기의 농업 저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의 제1책과 제11책을 최초로 발견해 국내외 유일의 완질본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기존에 10책으로 알려진 책의 전체 구성과 집필 배경 등을 처음으로 확인해 주목된다. 사진은 최한기의 농서 '농정회요' 완질.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일본 교토대 소장본과 달리 낙질(落帙·빠진 부분) 없이 필체가 훨씬 가지런합니다. 특히 맨처음 1책의 서문을 통해 전체 구성과 집필 의도를 명확히 알게 돼 앞으로 ‘최한기 연구’가 크게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이창일 실장)

그간 총 10책으로 알려져 온 조선 후기 학자 최한기(1803∼1877)의 농업서 『농정회요(農政會要)』(1837)가 누락됐던 1책 외에 11번째 책까지 발견되면서 총 11책으로 확인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연구원) 장서각 측이 부여 함양 박씨 종가에서 기증받은 책을 정리·연구한 끝에 밝혀낸 성과다.

장서각의 이창일 고문서연구실장은 3일 연구원에서 학술발표를 겸한 자문회의를 열고 『농정회요』의 재발견 과정과 학술적 가치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장서각 측은 지난 1998~1999년 함양 박씨 문중으로부터 약 6000점에 이르는 고문헌·서적을 기증받았다. 이창일 실장이 이 자료를 2023년부터 재분류하던 중 먼저 최한기의 미발견 저서 『통경(通經)』을 확인했고 이번에 『농정회요』까지 완질본으로 찾았다.
3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농정회요' 발견 보고 및 자문 회의에서 연구원 장서각의 이창일 고문서연구실장(가운데)이 발견 경위와 책의 학술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농정회요』는 최한기의 농업 사상과 정책관이 집대성된 책으로 지금까지 일본 교토대 가와이문고가 소장한 필사본만 알려졌다. 제2∼10책(총 23권)으로 구성돼 제1책이 누락된 사본으로 저술자가 최한기로 추정되긴 했지만 집필 연도 등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비해 장서각 소장본은 제1책 외에도 그간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11책까지 모두 갖췄다. 농업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을 총 9개 주제로 설명하는데 전체 11책(총 25권)의 글자수가 약 35만자에 달한다고 한다. 9개 주제는 각각 권과(농업 정책), 천시(기후), 토의(토양, 농업용수, 세금), 곡종(작물의 파종), 공작(김매기, 작물별 노동), 축취(양곡의 비축), 농여(곡물 이외의 농작물, 양잠, 가축), 치선(요리), 구황(재난 대비 정책)이다.

이 실장은 “최한기는 『육해법』(1834, 수리), 『농정회요』(1837, 정책), 『심기도설』(1842, 농기구)을 통해 조선 농업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농업 3부작’을 완성했다”며 “이 중『농정회요』는 당시 중국의 선진적인 농학의 엑기스를 추출한 책으로 이번 발견을 통해 전체 주제·구조와 집필 배경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농정회요' 발견 보고 및 자문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새롭게 발견된 '농정회요' 완질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완질본은 조선시대 농업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한기는 책에서 ‘백성의 농업은 몇 사람의 생계를 해결할 뿐이지만, 제왕의 농업은 온 나라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이 실장은 이를 두고 “농정(農政)을 주도하는 국가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며 “농업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 주도의 ‘컨트롤 타워’(지휘부 역할)가 있어야 성공적인 정책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부여에 자리 잡은 함양 박씨 문중에 최한기 저서가 전해진 경위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이 실장은 “최한기 집안은 원래 서울 충무로 쪽에 있었지만 그의 양부가 성리학이 발달한 황해도 출신이었고, 박씨 문중의 양자 중에 구한말 황해도 관료 출신이 있어 연관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면서 “관련한 문중사와 사회사가 더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최한기의 농업 저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의 제1책과 제11책을 최초로 발견해 국내외 유일의 완질본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기존에 10책으로 알려진 책의 전체 구성과 집필 배경 등을 처음으로 확인해 주목된다. 사진은 최한기의 농서 '농정회요' 완질.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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