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요금 또 오르잖아요. 진짜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나가서 살 게 없어요. 과일 조금 사면 이제 (수급비여) 안녕." "
60대 기초수급자 A씨는 다락같이 오른 식비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옷·신발 이런 거는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몇 년 쓴다. 그러면 수급비로 한 달 살 것 같지만 아니다. 써보면 아니야"라고 말한다.
고물가가 극빈층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를 줄이고 외출을 줄여 대응하지만 역부족이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하루 식비 1만원으로 살아간다. 그래도 가계부는 적자투성이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3일 국회에서 기초수급자 20가구의 가계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2~4월 서울· 대구·인천·충북 기초수급자의 57일치 가계부를 조사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3명의 수급자, 16명의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20가구 중 10가구는 적게는 월 평균 1만 5000원 적자를 냈다. 어떤 가구는 자녀가 결혼하면서 314만원의 적자를 냈다. 10가구는 식비 축소 등으로 내핍한 덕분에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4가구는 에어컨 없이 버틴다.
기초수급자 지출 1위는 식비이다. 1인 가구(18가구)는 월 평균 약 33만원을 식비로 쓴다. 하루 평균 1만 836원으로 살아간다. 큰 마트는 피하고 재래시장이나 노점상을 이용하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할인 상품을 산다. 38세 수급자 B씨는 57일간 46번 라면을 먹었다. 그 기간 끼니의 26%이다. 밥은 교회 무료 급식소를 이용했다.
50대 여성 수급자 C씨는 "흔하게 채소를 먹었는데 시금치 한 단이 6천~7천 원이라 못 사고 다른 걸 샀다. 이런 식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수급비는 똑같고 생활은 변동(물가 상승)하고, 나는 마술사가 된다"고 말한다. A씨는 57일 중 김치 같은 기본 반찬 외 김치찌개·제육볶음 같은 음식을 먹은 게 30번에 불과하다. 20가구의 절반 가량이 균형 잡힌 식사와 거리가 멀다.
주거비도 부담스럽다. 정부에서 주거급여(서울 1인 가구 월 35만2000원)를 받지만 임대료·관리비·수도광열비를 충당하지 못한다. 49세 수급자는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식비를 줄였다. C씨는 "내년 4월 보증금 100만원을 올려줘야 한다. 잠이 안 온다"고 걱정한다.
적자 가계를 면하기 위해 극도로 외출을 자제한다. C씨는 "밥·차를 계속 얻어먹을 수 없다. 오늘은 내가 사야 하는데, 부담스러워서 인간관계 유지가 힘들다"고 말한다. 상당수 수급자는 종일 집에서 TV와 산다. 대구의 44세 수급자는 "5년 만에 겨울 바지와 점퍼를 샀다"고 말한다.
기초수급자들은 "최저생계비가 100만~150만원(평균 120만원)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생계급여·주거급여를 최대치로 받아도 부족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준중위소득을 꽤 올렸다. 하지만 가계부 조사를 담당한 활동가들은 "지난해 전체 1인 가구의 소비 지출(163만원)과 기초수급자 생계급여(약 76만원)의 차이가 크다"며 "기준중위소득과 급여 보장 수준을 현실화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초수급자 선정 때 적용하는 재산·자동차의 소득 환산율 개선 등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