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韓기업들…美협상 타결에 "다른 국가·품목별 관세 관건"
"10%대 관세율 기대했는데…인도 등이 더 낮게 나오면 문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국과 베트남이 베트남산 상품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무역 협상을 타결하자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은 향후 다른 국가의 협상 결과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은 대체로 10%대 관세율을 기대했던 데 비해 결과가 높게 나왔다면서 인도 등의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의 입지가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게다가 아직 미지수인 반도체, 스마트폰 등 품목별 관세가 큰 불확실성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번 타결로 미국과 베트남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베트남산 상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상품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 대해 책정한 46%의 상호관세는 이번 합의로 대폭 낮아졌다.
미국은 또 환적(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두고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도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 등지로 수출한 스마트폰·가전 등 제품 규모가 544억 달러(약 80조원)에 달해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14%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국 기업 관계자 A씨는 20%의 상호관세에 대해 "10% 초반대를 기대했는데 높아서 좀 아쉽다"면서 "'초고율 관세'가 '고율 관세' 정도로 낮아진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도, 인도네시아 등 베트남과 경쟁하는 생산기지 후보국들의 협상 결과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예를 들어 만약 인도 상호관세율이 10%로 나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다른 국가 관세율이 베트남보다 상당히 낮게 나오면 베트남 내 생산 중단이나 생산 물량 축소를 고려하는 기업도 생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른 한국 대기업 관계자 B씨는 "솔직히 관세율이 10%대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이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다른 생산거점인 한국이나 인도의 관세율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베트남인 직원들 사이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10%대 관세율을 원했지만, 미국이 베트남과 합의 없이 거의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얘기도 떠돈다"면서 현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베트남 북부의 한국·한인 기업을 대표하는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하노이 코참)의 고태연 회장(희성전자 베트남 법인장)도 대(對)베트남 관세율 외에도 인도나 멕시코 등의 관세 협상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미국이 먼저 베트남과 협상을 타결한 것은 '베트남과 잘 지내겠다는 뜻'이라고 여기서는 보고 있다"면서 "따라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율이 베트남보다는 조금이라도 높게 나와서 이곳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현지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본 관세율이 20%로 정해진 데다 여기에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까지 더해지면 해당 품목의 베트남 생산·미국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부과 중인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 품목 관세처럼 향후 반도체와 더불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군에도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대기업 관계자 B씨는 "다른 나라 관세율은 물론 품목별 관세도 미지수여서 현재로서는 협상 결과를 계속 지켜보자는 자세"라고 말했다.
A씨도 "만약 품목별 관세가 20%대로 정해져서 상호관세 20%에 더해지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 협상 결과와 품목별 관세까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관측했다.
고 회장은 "관세율이 20%로 정해지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5% 정도"라면서 "나머지 15% 정도는 해당 기업과 공급업체가 개선을 통해 흡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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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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