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김주현 전 민정수석을 3일 소환 조사하면서 지난해 12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 참모 모임인 ‘안가 회동’ 수사를 본격화했다. 안가 회동 참석자들은 사적 친분 모임을 주장했지만 특검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서명이 이 자리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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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회동 계엄 불법성 점검했나
안가회동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사법연수원 17기)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18기)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23기) 전 법제처장, 김주현(18기) 전 민정수석, 한정화(29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등이 참석한 자리다. 윤 전 대통령과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 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분 모임에 불과했다는 해명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검팀에서는 안가 회동에서 계엄 불법성을 점검하고 법적 요건을 사후에 충족시키려는 논의가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대형 사고(불법 계엄)를 쳤는데 어떻게 수습할까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역할을 분담해 증거인멸에 나서는 수준까지의 논의가 있었다면 혐의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가회동 다음날인 12월 5일 김 전 민정수석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냐”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이 국무회의 참석자 서명을 받으려 시도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수석이 헌법과 법률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계엄이 위법하게 선포된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강 전 실장은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작성해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서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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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계엄 만류" 주장과 다른 정황
특검팀은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다가 폐기를 지시한 한 전 총리도 지난 2일에 이어 재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계엄을 만류하려 했다는 입장과 달리 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과 만나고 나온 뒤 손에 문건을 들고 있는 장면 등이 대통령 집무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포착됐다. 한 전 총리는 경찰 조사 당시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지난 2월 국회에서는 “계엄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피의자 조사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 특검팀은 기존 한 전 총리 진술과 배치되는 정황 증거가 나오면 강제수사 수순에 돌입할 전망이다. 내란 특검 ‘1호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상황을 재구성해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등 혐의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는 특검팀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한 전 총리와 같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강 전 실장, 지난 2일 계엄 당일 국무위원 소집 연락을 한 김정환 전 수행실장 등을 소환 조사한 특검팀은 향후 대통령실 소속 윤 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갈 방침이다.